삼성그룹이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028260)의 성공적인 합병을 계기로 계열사 간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해당 기업들의 주가에도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업재편을 통해 핵심 성장동력을 강화한 기업의 경우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는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사업부 매각으로 성장성 부재의 우려가 높아진 기업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계열사 사업구조 재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사업재편의 득실을 면밀히 따져 선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SDS는 전일 대비 2.02%(5,500원) 오른 27만8,000원에 거래되며 전날(5.83%)에 이어 강세로 마감했다. 삼성SDS의 주가를 연이틀 끌어올린 것은 전날 발표된 계열사 간 사업구조 재편 소식이었다. 삼성SDS와 에스원(012750)은 지난 7일 각각 임시 이사회를 열고 에스원이 보유한 시큐아이 지분 전량(52.18%)를 970억원에 삼성SDS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또 삼성SDS는 교육 콘텐츠 사업부를 교육사업 자회사인 크레듀(067280)로 753억원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삼성그룹 내부 계열사 간 '빅딜'의 최대 수혜주로 삼성SDS를 꼽았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정보보안 전문기업인 시큐아이 인수를 통해 주력사업인 정보기술(IT) 서비스의 보안성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고 교육 콘텐츠 사업부를 넘겨받는 크레듀가 자회사이기 때문에 삼성SDS의 연결실적에도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업재편은 삼성SDS에 가장 최적화된 딜"이라고 평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삼성SDS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단기매수'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최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경영권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으로 원활히 승계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지분율(11.3%)이 높은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이 필수적"이라며 "추가 사업재편을 통해 삼성SDS의 주가를 끌어올린 뒤 삼성전자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삼성SDS에 수익성이 좋은 사업을 넘긴 에스원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에스원은 전일 대비 1.46% 내린 8만8,000원에 거래되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에스원은 사업재편이 발표된 전날 6%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영업이익률 17.7%로 전사 평균(10%)을 넘어서는 정보보안사업을 매각한 점이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사업구조 재편계획을 밝힌 삼성SDI(006400)와 삼성정밀화학(004000)의 주가도 서로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으로부터 전지소재사업을 넘겨받기로 한 삼성SDI는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업구조 재편 발표 이후 주가가 10% 가까이 뛰어올랐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 소재사업 인수로 중대형 전지사업 시장지배력 확대와 역량 강화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재확인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장기 성장성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삼성정밀화학은 성장성 부재에 대한 우려로 사업재편 발표 이후 주가가 4% 가까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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