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왜 멸망했을까. 천오백여 년이 지난 지금 로마 멸망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로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장구한 시간 동안 세계의 중심에 섰던 제국이다. 그렇게 세계를 지배했던 만큼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재에 남긴 유산이 가장 많은 제국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로마의 멸망에 대해 많은 분석을 해왔다. 더구나 로마의 멸망 이후 중세는 학문이나 문화, 그리고 제도적으로 볼 때 '퇴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였다. '르네상스'라는 근대의 시작은 그렇게 로마 멸망 이후의'암흑의 시대'라고 불리던 중세를 이겨내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제국의 멸망 원인을 밝힌다.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나 나나미는 로마가 그리스도교를 채택함으로써 문화적 포용력을 잃어버렸다는 데서 로마 멸망의 원인을 찾고 있다. 18세기 '로마제국 쇠망사'를 집필한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은 도덕적 타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이 책은 로마 멸망의 원인을 하나로 단정 짓지 않는다. 저자는 스스로 몸을 불리는 관료제 사회, 정치 지도자의 이기주의와 타락, 외부 세력과의 갈등, 문화의 포용력 상실 등 로마가 직면했던 문제들을 균형 있게 거시적으로, 그리고 차근차근 짚어내고 있다.
현대사회가 천오백여 년 전 제국의 멸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은 로마가 직면했던 문제들이 여러모로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현재의 지구가 처한 당면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비단 미국만의 문제로 치부될 것도 아니다. 로마의 문제는 우리사회의 모순과도 그대로 닮아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위대했던 제국의 몰락이 현대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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