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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車 회사 장래 "더 깊은 수렁으로"
입력2006-08-25 23:50:24
수정
2006.08.25 23:50:24
'노사 잠정합의안' 부결… 인력전환배치 등 조합원 반대 거세 타협 실패
쌍용자동차 노사가 파업사태해결을 위한 최종 타협에 실패함에 따라 회사의 장래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특히 사측은 당장 다음 주부터 554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한다고 밝혀 일주일여간 옥쇄파업중인 노조와의 극단적인 대치는 불가피하게 됐다.
◇타협 실패 이유는= 이날 노사가 ‘조건부 정리해고 철회안’ 등에 잠정 합의를 하고도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임금동결과 생산라인 인력전환배치 등에 대한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불만을 오는 28일 선거를 앞둔 일부 차기 조합장 후보진영이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투표 결과는 전혀 예상밖의 사태로 번지게 됐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산별노조화에 따라 쌍용차 노조도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의 방침에 어느 정도 동조해야 하는데 노동단체에서 금기시하는 생산라인의 인력전환 배치를 담은 잠정 타협안이 마련되자 일부 차기 조합장 후보진영이 부담을 느끼고 반대 여론을 몰아가면서 안건이 부결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노사가 추후 다시 협상에 나서려면 사측이 생산라인 인력 전환배치 등을 의미하는 ‘탄력적인 인력 운용’ 등을 추가로 양보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사측은 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탄력적 인력 운용 방침 만큼은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노사협상팀 관계자는 “쌍용차는 급격한 내수위축으로 인한 판매 부진으로 이미 올 들어서도 20%의 계획정지를 할 정도로 여유인력이 남아돌고 있다”며 “그동안 회사가 원가절감을 위한 온갖 방법을 써 봤지만 이제 남은 것은 인력운용에 관한 것밖에 없다”며 양보불가의 이유를 설명했다.
◇중장기 생존여부 ‘풍전등화’= 이처럼 노사간 무한대치가 예고됨에 따라 당장 다음달부터 쌍용차의 현금흐름도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이미 한 달여에 걸친 부분 및 전면 파업으로 인해 수출 물량은 커녕 내수판매 물량마저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이로 인해 국내 판매망마저 대대적인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고객들도 관심을 돌리고 있어 설사 파업이 해결된다고 해도 장기간 후유증이 불가피한 상태다.
쌍용차는 또 당초 9월 유럽에서 엑티언 출시를 통해 야심차게 추진하기로 했던 유럽의 ‘소형 스포츠형 다목적차량(CUV)’시장 진출 계획도 당분간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8월 들어선 하루도 조업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수출용 차량이 전혀 확보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엑티언의 유럽수출은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쌍용차는 지난 2003년 1만5,406대에 불과했던 수출실적이 2005년에 6만5,521대로 4배나 증가했으며 이중 70%가 유럽 수출물량이었으나 이번 엑티언 출시 연기로 인해 어렵게 쌓은 유럽에서의 수출기반마저 흔들릴 위기를 맞게 됐다.
더구나 이번 합의 무산으로 쌍용차는 실적 회복을 위한 신차 개발 프로젝트도 잇따라 무산될 어려움에 처했다. 쌍용차는 노사합의 과정에서 2009년까지 4년간 매년 3,000억원 전후의 신규투자를 단행해 신차 6종과 신형엔진 5종을 개발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합의가 깨진데다가 파업장기화로 경영난이 가중될 경우 이같은 신규투자는 사실상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2005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적자를 지속해 1,210억원의 누적적자를 낸 상태에서 하반기 들어서도 파업으로 3,000억원대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보았기 때문에 회사로선 현금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협력업체도 줄도산 우려= 협력업체들 역시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쌍용차 협력업체들은 최근 대표단을 구성해 당장 조업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1차 협력업체들까지도 무너질 수 있다는 호소문까지 보낸 상태다.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8월 한달간 납품실적이 전혀 없어 당장 9월부터는 납품대금을 받을 게 전혀 없는데다가 쌍용차가 경영난으로 인해 기존에 납품대금으로 지급했던 어음의 현금결제마저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여서 자금이 바닥 상태”라며 “대다수의 쌍용차 협력업체들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1~2개월을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현재 쌍용차의 협력업체들은 총 1,000여 곳에 이르며 이중 절반 이상이 현재 파업중인 쌍용차와 기아자동차를 고객사로 삼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공장이야 파업을 풀면 바로 가동이 재개될 수 있지만 협력업체는 한번 무너질 경우 회복에 수년이 걸린다”며 “당초 국내 자동차기술의 중국유출과 부품산업 공동화가 우려된다며 파업에 나섰던 노조가 어떻게 이처럼 협력업체들을 절벽으로 몰아넣을 수 있냐”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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