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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인문학의 위기


김영민 동국대 교수


과거 인류가 기획하고 생산해낸 무수한 결과물이 우리 눈앞에 '텍스트'란 이름으로 펼쳐져 있다. 어문학·철학·역사·종교·예술·문화 등 각각의 경계를 지니면서도 넘어서는 인문학적 텍스트가 바로 이 대상이며 인간에게 통시적·동시적으로 보편성·특수성을 지닌 인간의 삶과 인간 본성을 이해할 수 있는 문서고를 제공해준다.

글 읽기 통해 스스로 성찰 기회 찾아

이 문서고는 찾지 않을 때는 무의미한 죽은 텍스트이지만 일단 언어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읽는 행위가 있을 때 과거와 현재, 미래의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시각을 덤으로 준다. 나아가 보편적 인간 조건과 타자에 대한 인식과 이해, 자기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의 순간에 사로잡히게 해준다.

이러한 문서고에 잠재해 있는 의미와 가치에 대한 열정적인 글 읽기가 상향식으로 개개인 모두에게 가능하지 않았고 역사공동체와 사회공동체 교육의 현장에서 역점을 두고 체계적인 하향식 시행이 되지 않아서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에 이르게 한 것이다. 깊이 반추해보면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설명되고 이야기되는 '합리성의 위기' 또는 논리의 위기였는지 모른다. 고대 동서양의 동전이 장구한 세월 끝에 양면에 새겨진 화폐로서의 명목가치가 지워져 단순히 동전의 형태만을 지닌 채 그 실질가치를 상실하는데 이 동전이 바로 인문학적 텍스트를 상징한다. 역사적 기록과 개인·인류의 기억 속에 그 본질가치는 사라졌지만 존재한다는 역설적 논리를 생각할 수 있다. 읽기를 통해서 알고자 하는 노력과 원래 가치를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은 이미 본질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동전의 명목과 실질을 동시에 이중부호화한 글쓰기와 글 읽기에서 꼼꼼하게 자세히 읽기와 생각하고 반추하며 읽는 명상적 정독의 이중해독을 통해 가치 재창조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시대 맞는 독서법 인문학 중흥 이끌어

다른 한편으로는 텍스트를 양적으로 보는 텍스트의 지구화 필요성도 있다. 현실의 데이터는 무한히 풍성하고 개념은 추상적이고 빈곤하기 때문에 '적을수록 실제로 더 많다'는 논리다.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지식체계에서는 직접 텍스트를 읽지 않고서도 지역과 세계를 짜깁기 형태로 연결하는 '원거리 읽기'도 필요하다. 세계 미래가 텍스트로부터의 거리에 정비례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질주하는 과학기술시대의 인문학'이라는 대주제로 제3회 세계 인문학 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과학과 통신 산업의 급속한 발전이 인간의 사회적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으며 뇌과학과 생물학은 인간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뒤흔들어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 상황을 점검한다. 자세히 읽기와 원거리 읽기의 이중독법에 기초해 잊혀지고 사라진 인문학적 텍스트를 복원시키고 인문학 중흥을 위한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 새로운 인간 규정, 새로운 사회상의 구성 등, 다양한 인문학적 성찰을 요구한다. 문자와 문서고를 접하고자 하는 글 읽기에 대한 열정은 육체·정신·영혼의 고통이 깊을 때 가장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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