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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시작전권 환수 재연기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 교수

2015년 12월로 예정된 우리군에 대한 전시작전권의 반환 재연기 여부가 논란이다. 한국과 미국은 2006년 전작권을 2013년 반환하기로 합의한 뒤, 2010년에 반환시기를 2015년으로 한차례 연기했다. 이번에 다시 정부 일각에서 재연기 주장이 나오면서 적합성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시작전권이란 '전쟁시에 작전계획이나 작전명령상에 명시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휘관에게 위임된 권한'을 말한다. 즉 현재의 우리군 전작권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갖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이승만 대통령이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이를 넘긴 후 60여년간 지속돼왔다. 이것을 한국군 사령관이 다시 가진다는 것이다. 전작권 반환 문제는 독립국가의 자존심 문제에서 국방비 절감 등이라는 실용적 이유까지 다양한 이슈가 개입돼 있다.

찬성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군사주권과 무관한 지휘원칙 일 뿐
주한미군 분담금 증가 가능성 없어


한국 정부는 2015년 12월1일로 예정돼 있던 전시작전권 전환 또는 한미연합사 해체(전시작전권이 전환되면 행사할 권한이 없어지는 한미연합사도 해체된다)의 재연기를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2013년 2월12일 북한이 제3차 핵실험에 성공해 핵미사일 공격능력을 구비함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핵무장이 어려운 한국은 한미연합사를 유지해 미국의 핵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차제에 이 사안과 관련한 오해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참여정부는 미군 대장이 전시에 한국군을 작전통제하는 것이 군사주권 침해라고 규정했지만 이는 과장된 해석이다. 작전통제권은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한 사람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단일지휘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편의일 뿐 주권의 침해는 아니다. 어떤 한 사람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고 해 회사를 소유하게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실제로 작전통제권은 주권에 해당하는 군수ㆍ행정ㆍ군기ㆍ내부편성ㆍ훈련은 관여하지 않는다. 한미연합사령관의 경우 한미 양국 합참의장에 의한 공동지휘를 받도록 돼 있고 작전계획을 수립해도 한미 합참에 동일하게 보고해 승인을 받는다.

둘째,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에만 적용되는 특이한 개념이 아니라 대부대 간의 작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제2차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과 이라크 전쟁에서도 적용됐고 나토도 유사시 미군 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도록 돼 있다.

셋째, 전작권 환수가 재연기되면 미측이 대규모 방위비분담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도 오해다. 방위비분담은 5년마다 합리적으로 협의해 결정된다. 금년에 향후 5년치를 협의할 것인데 미국이 요구하는 주둔비용의 50%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타결해나가고 있고 어떤 이벤트와는 상관없다.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전작권 전환을 연기했지만 미국의 방위비분담 증대 요구는 없었다.

넷째, 전작권은 언젠가 환수돼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잦은 외세침략 및 주권침탈의 경험으로 독립에 대해 민감한 점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의 국방력을 활용해 안보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함으로써 경제발전과 복지를 달성해가고 있고 그렇다면 한미연합사를 존속시키는 것이 경제적 국방에 유리하다. 냉전이 종료됐지만 유럽 국가들은 나토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확대하고 있다. 일본도 미군과 기지를 공유할 정도로 밀착되면서 한국과 같은 연합지휘체제까지 고려하고 있다.

다섯째, 전작권이 환수된다고 해 자주국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충분한 군사력과 독자적인 교리 등이 마련돼야 가능하다. 이것은 대규모 국방예산, 철저한 국방개혁,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과제이다.

북한 핵무기 위협에 대한 효과적 대응책이 마련될 때까지 한국은 한미연합사를 유지하고 이로써 안보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한미 양국군으로 하여금 유사시 북한의 핵무기를 사전에 제거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실제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수단을 확충하며 도발시 정확하게 판단해 조치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전작권 환수의 재연기에도 불구하고 자주국방력 강화는 지속될 필요가 있다. 30분 이내 타격이 가능하도록 킬체인(kill-chain)을 완성해나가야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체의 방어력을 충분히 구비한 후에야 자주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 교수

우리軍 준비부족 논리 설득력 없어
한국 일방 추진땐 협상력만 약화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이고 끈질긴 요구를 미국 측이 수용하면서 2012년 4월로 예정됐던 반환시점이 2015년 12월로 연기됐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박근혜 정부가 미국에 재연기를 타진했다. 앞에서는 후보시절 공약부터 최근의 국정과제까지 예정대로 환수하겠다던 정부가 뒤에서는 비밀리에 미국 정부에 연기를 타진함으로써 대국민약속을 저버리고 다수의 여론을 무시했으며 다시 분열과 갈등상황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외교적으로는 국가 간 공식합의 사항을 상대방이 원하지 않음에도 두 차례나 연기하자고 요청해 공신력을 잃어버렸다.

정부는 재연기 추진의 근거로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인한 심화된 안보위협을 거론한다. 또한 첫 연기시도 때와 똑같이 한국군의 준비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1987년 노태우 당시 보수진영 후보가 먼저 전작권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 26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준비부족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노무현 정부 때부터 미국은 한국이 전작권을 충분히 행사할 준비가 됐다고 반복적으로 인증해왔는데도 보수정치인과 언론들은 앞다퉈 이를 부정해왔다. 결국 서해북방한계선(NLL) 논란처럼 국내정치적 고려가 개입됐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선거 때는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침묵했던 보수세력들이 얼마 전부터 이 문제를 전면 거론하기 시작했으며 정부는 이를 받아 최근 핵심 정책결정을 장악하고 있는 군 장성출신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이용하는 일종의 안보포퓰리즘이다.

전작권 환수를 재연기해서는 안 된다.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이며 중견국가라고 내세우면서 군사주권을 다른 나라에 맡기는 세계 유일의 기형적 체제를 더 이상 끌고갈 수는 없다. 군사주권을 돌려받는 일이 민족적 자존심이나 감성의 차원으로 격하시키며 안보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논리가 오히려 구시대적 발상이고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 등이 잇달아 전작권을 예정대로 반환한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한국이 일방적으로 떼를 쓰는 모습은 국격의 추락일 뿐만 아니라 국익 측면에서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주한미군 주둔부담금 협상, 한미원자력협상, 그리고 차기전투기(FX)사업을 포함한 무기구입 등에서 한국의 대미협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의 대아시아 재균형정책에서 자국의 부담을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한국과 일본에 막대한 군사비부담을 지워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이런 한국의 저자세를 십분 활용할 것이다. 이미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는 한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와 미국의 글로벌전략에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했고 이를 회담의 최대성과로 평가했다. 이런 것들은 주둔부담금을 인상하는 것이나 아파치 헬기와 미사일을 구입하는 수백억원 또는 수천억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조원 또는 수백조원의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차원의 문제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미국의 국내상황과 세계전략적 차원도 있기에 지금까지의 입장처럼 한국 측의 재연기 요구를 결국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그랬듯이 한국의 떼쓰기가 계속되고 결국 미국이 수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미국에 대해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한 수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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