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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망중립성 원칙'의 후퇴 아닌가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사들의 유무선망 트래픽 관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망 중립성' 정책의 가닥을 잡은 데 대해 논란이 많다. 방통위는 지난 13일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통신사가 통신망 과부하를 해소하거나 방지하기 위해 데이터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통신사들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카카오톡의 인터넷전화 서비스 '보이스톡'도 제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에 대해 포털 등 콘텐츠 사업자들은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선언" "통신사에 트래픽 통제권을 준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통신사 측은 "트래픽 관리 조건들이 너무 까다롭다"고 불만스러워한다지만 전체적으로는 통신사에 유리하게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논란이 있어왔다. 그 결과 인터넷 이용자의 선택권과 경쟁을 제한하는 차별적 트래픽 관리는 금지하되 합리적 범위에서는 트래픽을 차단 또는 제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향으로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방통위가 '망 중립성 정책방향과 기본원칙'을 밝혔다.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는 인정하되 통신업자가 합법적인 콘텐츠ㆍ애플리케이션ㆍ서비스ㆍ기기 등을 차단하거나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방통위 발표내용은 설득력이 약하다.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범위를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잡아 통신사의 권한을 과도하게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약관 등을 통해 통신사가 트래픽 관리를 인위적으로 할 수 있게 한 것,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의 이용자를 보호하고 공평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트래픽 관리를 할 수 있게 한 부분 등이 그렇다. 차단금지ㆍ차별금지 원칙과도 상충된다.

망 중립성 문제는 국제적 통상마찰로도 번질 수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트래픽 관리라는 명분 아래 유투브 등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를 규제할 경우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이에 대응해 외국 정부는 트래픽 소요가 많은 스마트TV 등 한국 전자제품에 대해 별도의 통신비를 부담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도 망 중립성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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