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통일대박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53.8점이라는 사실상의 낙제점을 줬다. 거대담론만 존재할 뿐 체감할 수 없는 대북정책에 대한 실망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남북한 교류협력을 실질적으로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남북한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진정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먼 통일도 중요하지만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남북한 교류협력 확대를 통해 '통일기반 조성'에 역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심 대박 '통일대박론' 잊히나=지난 1월6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로 남북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두 달 뒤인 3월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통일구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현재 '통일대박론'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서울경제신문의 54주년 창간기념 여론조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발언에 대해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는 47%였다. 2월 실시한 박 대통령 취임 1주년 여론조사에서 48.9%이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33.1%로 2월의 31.4%보다 늘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북정책 사실상 '낙제점'=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은 상당히 컸다. '정부 대북정책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겠나'라는 질문에 국민들은 100점 만점에 평균 53.8점을 줬다. 사실상 낙제점이다. 점수대별로는 △50점 이하 27.6% △50~59점 25.5% △60~69점 12.1% △70~79점 11.8% △80~89점 11.9% △90점 이상 9.4%로 응답자의 77%가 80점 미만이라고 생각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자들조차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평균 67.4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매겼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는 45.1점, 기타 정당은 36.6점이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고 광복절 전후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액션플랜도 가동할 예정이다. 정부로서는 선언 수준에 그쳤던 내용을 현실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개성공단 등 경제교류 적극 늘려야=이번 여론조사에서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교류 활성화'가 35.8%로 가장 많았고 '남북정상회담 실시(20.2%)' '통일 마스터플랜 마련(17.2%)' '금강산 관광과 같은 민간교류 확대(13.4%)' 등이 뒤를 이었다. 2월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경제교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답변은 30.3%에서 35.8%로 늘었고 남북정상회담은 27.6%에서 20.2%로 줄었다. 정상회담의 경우 필요성은 여전히 높지만 정권 초에 비해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비율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취약계층 지원 등 '낮은 단계의 협력'에 정부가 좀 더 과감히 나서는 한편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사실상 신규투자가 발 묶인 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사회문화 교류 등 비정치군사 부문의 접촉면을 최대한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 정권에서 통일을 완성할 수 없다면 통일로 가는 길을 한 단계씩 잘 닦아나가면서 상호 신뢰를 쌓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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