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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국 자산 많아도 왜 가난할까

■자본의 미스터리 에르난도 데소토 지음/세종서적 펴냄 수년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등으로 대표되는 전지구적 차원의 경제개방 운동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농업, 제조업 등 특정 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나라들의, 그렇지 못한 나라들에 대한 문호 개방 압력은 공정하지 못하고 발전을 위한 유일한 대안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근 멕시코 칸툰에서의 투쟁도 불평등과 차별을 확대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말살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세계화 정책에 대한 강력한 항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 자본주의는 서구와 몇몇 제한된 나라에서만 성공하는가 ? 이 책 `자본의 미스터리(The Mistery of Capital)`의 저자 에르난도 데소토는 제3세계 국가에서 자본주의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자본의 부족이나 문화적, 인종적 차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법제도상의 재산권 확립의 미비에 있다고 주장한다. 중남미나 러시아, 인도 등 저개발국가의 가난은 사실 공인된 법체계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지 시야를 조금만 더 확대하면 결코 그들이 `가난`하다고 결론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남미 최고의 경제학자로 꼽은 페루출신 경제전문가인 저자는 제3세계 국가들의 가난한 사람들은 자본주의 성공을 위한 필요한 자산을 이미 엄청나게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데소토에 따르면 남미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인 아이티에서 빈민층이 보유한 총자산은 1804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에 받은 모든 해외 자본유입을 합한 금액의 150배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자산을 재산권 등 법제도의 미비로 `자본화`하지 못함으로써 그들은 자기(또는 집단적으로)가 보유한 자산을 처분하지도 못하고 재투자하지도 못하며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도 못한다. 서구에서 모든 토지와 건물, 장비와 물품들이 등기문서와 회계장부 등으로 정교하게 `자본화`되어 있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결국 소유권이 분명하지 않은 이런 제3세계의 자산들은 시간적ㆍ공간적으로 `죽은 자본`으로 외부에서의 자본 유입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초기 자본주의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사실이 이렇다면 현재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한 정책도 크게 수정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세계화가 특정 상품의 특화에 따른 `무역의 이익`이나 `외자 유치`를 통해 이를 경제발전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신념에 기초한 것인데 반해 데소토의 주장은 이미 저개발국 내부에 자본화할 수 있는 자산이 충분한 만큼 이를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인 뒷받침만 해주면 `발전의 원동기`를 쉽게 가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저개발국 국가들은 재산권 확립 등 법적 기반 정비에 나서지 않거나 나선다 하더라도 결국 실패하고 만 것일까. 데소토는 이를 기존의 복잡한 민간의 사회계약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해당 국가들의 무지와 정치적 무능력 때문으로 파악한다. 특히 유럽 국가들로부터 독립한 지 200년이 지난 중남미 국가들이 수차례의 개혁에서 번번히 실패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시각을 수용하지 않고 기득권을 쥔 엘리트 집단의 이해에 휘둘려 정치적인 조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책의 우리에게 던지는 정책적 함의는 자명하다. 비자본주의적인 부문을 자본주의 영역으로 흡수할 때 이들 영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기존 사회관계에서 가지거나 누리고 있는 `사회적 자산`을 경제적으로 과감히 재평가하여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사회에서는 도시 재개발이나 토지수용 과정에서 이주민들에 대한 적정선의 보상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낙후된 지역의 자본주의화 과정에는 항상 보상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하물며 어느날 `통일`이 성큼 눈앞에 다가 온다면 북한과 북한 주민들에 대한 보상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미리부터 연구하고 준비할 때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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