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아무리 첨단 헬리콥터라고 할지라도 테러리스트들이 쏜 로켓추진수류탄(RPG)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표적이 되지 않도록 높이 올라가거나 불규칙적인 항로로 비행하는 것 외에는 달리 묘책이 없는 것. 레이더 교란기나 조명탄 등의 다른 방어 수단 역시 RPG처럼 유도장치가 없는 무기들에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상황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헬리콥터를 격추시키는 RPG를 중간에 낚아채 병사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헬리콥터 방어막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항공기와 방어시설용 센서 제조업체 콘트롤 프로덕트사의 수석 엔지니어인 리처드 글래슨이 개발한 헬리콥터 방어막은 최초의 헬리콥터 요격 RPG 방어 장치로 RPG가 헬리콥터의 기체에 닿기 전에 여러 개의 그물로 낚아채는 것이다. 즉 헬리콥터의 센서들이 다가오는 RPG를 감지하면 헬리콥터에 장착된 튜브에서 1~8개의 로켓이 발사되는데, 이들 로켓이 케블러 섬유와 금속으로 된 방탄 망(網)을 낙하산처럼 펼쳐 RPG가 헬리콥터까지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헬리콥터 방어막의 핵심 기술은 제때에 방탄 망을 형성하는 것. RPG는 발사 후 4~6초가 지나면 딱딱한 물체에 충돌하지 않더라도 충격으로 폭발하기 때문이다. 글래슨의 시스템에서는 헬리콥터의 레이더가 다가오는 RPG의 속도와 궤도를 수천분의 1초 만에 계산해 낸다. 0.5초 후 헬리콥터에 달린 튜브 발사구가 조준을 해 길이가 90cm 가량인 비유도 로켓 1~8개를 RPG를 차단하는 궤도로 발사한다. 각 로켓마다 방탄 섬유로 만든 낙하산이 강철 줄로 연결돼 매달려 있기 때문에 조준의 정확도는 반드시 높지 않아도 된다. 다음 순간 신속하게 펼쳐진 낙하산들이 팽창하면서 폭 1.8m의 방어망을 형성, RPG를 낚아챈 다음 지상으로 끌고 간다. 글래슨은 지난 1993년 소말리아에서 RPG에 의해 격추돼 18명의 미군 병사가 사망한 사건을 다룬 마크 보든의 베스트셀러 소설 ‘블랙호크 다운’에서 영감을 받아 헬리콥터 방어막을 만들게 됐다. 그는 “그런 형편없는 무기가 수백만 달러짜리 헬기를 격추시킬 수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면서 “40년 된 헬기 기술의 결과가 결국 그 정도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방위산업체들은 RPG에 탄두를 발사해 파괴시키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것은 마치 총알로 총알을 맞히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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