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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3월30일] <1356> 원유 선물거래

1983년 3월30일, 뉴욕. 석유의 역사를 바꿀 사건이 일어났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가 원유 선물거래를 도입한 것이다. 산유국과 석유국제 메이저들은 경악했다. 공급과잉에 대처하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를 열어 원유 가격을 배럴당 34달러에서 29달러로 14.7%나 내린 게 불과 보름 전. OPEC 사상 처음으로 유가를 내린 마당에 새로운 가격결정권자가 뛰어든다니 심사가 꼬일 대로 꼬였다. 별 것 아니라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투자 후 10여년은 흘러야 이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석유산업에 단기자금이 배겨낼 방도가 없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뉴욕상품거래소는 왜 원유거래에 손댔을까. 위기탈출을 위한 상품 다양화 차원에서다. ‘버터 및 치즈 거래소’로 1872년 출범한 거래소의 주력 상품이었던 감자의 거래가 1980년대 들어 품질 문제로 급감하자 대안으로 내세운 게 원유선물이었다. 산유국은 물론 거래소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원유선물거래는 석유시장은 물론 금융시장의 판도까지 바꿨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천문학적인 거래량이 오가며 선물시장의 가격이 현물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독점 석유자본인 스탠더드오일에서 시작돼 국제석유 메이저와 OPEC을 거쳐온 가격결정권도 거래소로 넘어갔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최초 거래시 하루 1,700계약에 170만배럴이었던 원유 선물거래는 2008년 한때 50만계약, 13억6,000만배럴에 이른 적도 있다. 어떻게 전세계의 하루 원유 수요량 8,700만배럴의 15배가 넘는 거래가 가능할까. 투기 탓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구조(wag the dog)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은 투기억제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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