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음악 공연이 영국 3대 오케스트라인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에 역수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에 비해 클래식 토양이 척박한 한국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죠." 2011/2012 시즌부터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현대음악 프로그램인 '오늘의 음악'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게 되는 진은숙(49)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역수출' '기적'이라는 표현을 쓰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2004년 '작곡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수상한 후 한 해 무려 수십건씩 세계 곳곳에서 작품 위촉을 받는 그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작곡가 반열에 올라 있다. 최근에는 모나코 피에르 대공 작곡상을 수상하며 유럽 본토에서 인지도를 더욱 높였다. 그는 2006년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를 맡은 후부터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갇혀 있는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 동시대의 경향을 소개하기 위해 현대음악 연주회인 '아르스 노바(새로운 예술이라는 뜻)'를 선보여왔다. 그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영국 클래식 공연계에서 비영국인을 예술감독으로 선임한 전례가 없었다"며 "내 작품을 독점 출판하고 있는 부시앤혹스를 통해 '아르스 노바' 프로그램을 접한 필하모니아 측이 강한 인상을 받고 예술감독직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소개했다. 특히 전임 예술감독들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에서 자신의 작품을 연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 그는 계약조건에 자신의 작품을 연주할 기회를 주도록 명시하기도 했다. "내년 9월부터 시작되는 2011/2012 시즌에 4~5차례의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라는 진은숙은 "영국인이 아닌 내가 영국 클래식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오직 작품성만으로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이 영국에서 어떤 색채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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