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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이제 다시 과학기술이다
입력2006-01-01 18:32:37
수정
2006.01.01 18:32:37
희망찬 병술년(丙戌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국민적 자랑거리며 영웅으로 대접받던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연구개발 성과가 논문 조작으로 판명돼 온 국민들에게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래도 국민들은 줄기세포 한개라도 만들었다면, 배양하는 기술이라도 개발했다면, 원천기술이라도 보유하고 있다면 하는 간절한 기대를 갖고 이번 사태를 지켜봤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를 바라보던 국민들에게 맞춤형 줄기세포를 개발한 흔적이 없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설마’ 하며 갖고 있던 일말의 희망이 사라지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고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난자 제공의 윤리적 문제에서 불거진 애초 논란이 논문의 진위 문제로 번지고 급기야는 연구자의 정직성 문제로 비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으로서, 같은 분야의 과학자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어느 분야보다도 과학 연구에 있어서 정직성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미국 보건부는 지난 92년에 연구정직성국을 산하에 설치했고 93년에는 의회도 별도로 연구정직성위원회를 둬 연구 부정행위를 통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뒤늦었지만 서울대가 올해에 학내에 연구정직성위원회(ORI)를 설치하겠다는 소식이 있다.
이번 황우석 사태가 연구자 자신의 비윤리적인 행동에 그 책임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것을 방관해왔던 사회 현상도 되짚어보고 깊이 반성하며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신뢰와 원칙’ ‘투명성’이라는 기본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 일본은 12월26일에 제3기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오는 2010년까지 5년간 모두 25조엔(한화 215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부담 때문에 올해 예산을 8년 만에 처음으로 79조엔으로 감액 편성했으나 과학기술 예산만은 예외로 증액했다.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의 바로미터라는 인식 때문이다. 중점 연구 분야는 생명공학ㆍ나노기술ㆍ환경ㆍ정보기술 등 4대 분야며 차세대 슈퍼컴퓨터의 개발과 로켓 등 우주운송시스템의 개발을 국가 기간기술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7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2007년 연구개발 예산 우선순위라는 보고서에서 국가의 안전과 번영, 국민의 건강과 생활 품질의 향상을 보장하는 것이 과학기술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국가 업무의 중점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9ㆍ11사건 이후 미국 과학기술의 첫째 임무는 ‘반(反)테러와 국토안전 보장’이며 국가의 안위의 근본으로 ‘국토안위기술’의 발전을 꼽고 있다. 또 하나의 임무는 경제의 부흥이며 이를 위해서 나노기술, 네트워크정보기술, 바이오기술, 수소에너지와 환경기술 등 새로운 에너지기술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10년에는 EU를 세계적으로 가장 큰 활력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유럽국가공동체로 건설한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과학기술 발전은 영원히 유럽공동체 건설을 이끌어나가는 힘이다. 유럽 과학기술 대연합을 추진해 과학기술 발전으로 경제를 번영시키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정치적 안정을 이룸으로써 단결되고 강대하며 번영된 대(大)유럽을 건설하자’고 목소리를 함께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지난해의 황우석 교수 쇼크에서 벗어나 새로운 각오로 출발해야 할 시점이다. 선진국은 무서운 기세로 달려나가고 있다.
이번의 문제 제기로 국내 과학기술의 질적인 향상과 과학계의 자정 능력을 보여준 것도 큰 성과라고 본다. 그동안 성과 위주의 조급함과 과정의 중요성을 무시한 행태에서 벗어나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중심 사회’를 만들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자. 연구자는 연구자로서의 역할, 정책입안자는 정책입안자로서의 역할, 관리자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새로운 각오로 새 출발을 할 시점이다. 우리 모두 새 아침에 새로운 다짐을 하자. 이제 다시 과학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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