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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엔貨의 대공세

연말 크리스마스 세일이 불붙은 지난 7일, 싱가포르 중심가의 선텍시티몰. 12월에도 한낮의 기온이 34도를 오르내리는 적도의 쇼핑몰이지만 현지 상인들은 크리스마스 대목 장사에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곳의 최대 쇼핑센터인 하비 노먼을 찾은 한국인들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끄는 것은 삼성ㆍ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의 PDP, LCD TV 등 디지털 가전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이미 싱가포르의 베스트셀러로 뽑혀 제품마다 훈장처럼 이런저런 스티커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다. 그러나 흐뭇함도 금방 사라진다. 현지 매장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속사정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경쟁 상대인 샤프ㆍ소니ㆍ마쓰시다 등 일본 제품들이 엔화가치 하락을 틈타 대대적인 할인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샤프와 소니의 LCD TV는 같은 조건임에도 4~5% 더 할인된 가격이 버젓이 붙어 있다. 마냥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엔화의 용틀임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올해 싱가포르 크리스마스 시즌의 하일라이트 품목은 단연 패널 TV이다. 지난 2년간 주춤했던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주머니가 든든해진 현지인들은 1만싱가포르달러(610만원)를 웃도는 대형 TV를 서슴지 않고 사들이고 있다. 국내 업체들로서는 신경이 바짝 곤두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국내 대기업들은 아직 엔화가치 하락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미국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엔저의 함정’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는 올초 달러당 103엔에서 최근 120엔으로 18% 이상 오르며 가치가 급락했다. 엔화가치는 100엔=1,000원이라는 공식도 깨뜨리며 100엔=850원까지 위협하고 있다. 결국 똑같은 제품을 사는 해외 소비자들에게는 일본 제품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엔화가치 하락이 피부에 느껴지지 않겠지만 6개월 뒤면 일본과 경쟁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경쟁력이 본격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기업 모두 엔화에 대한 환리스크에 맞춰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때가 아닌 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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