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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격조 높은 궁중문화에 대한 연구는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을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인남순(50) 한국전통문화연구원 원장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벌어졌던 연회와 제례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세종조 회례연’과 ‘사신연’에 이어 올 5월에는 조선왕조 궁중연회인 ‘기사진표리진찬의’를 재현해 관객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종묘제례악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인 김천흥을 사사한 그는 단순한 전통의 몸짓을 표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의궤(儀軌)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그는 “5,000년 역사에서 탄생한 민족문화 중 최상급인 궁중문화 연구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긍지를 되살리는 일”이라며 “의궤가 3,000권이 넘지만 그 속에 담긴 전통문화 연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화에 투자해 가시적인 부가가치를 단기에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감성이 중시되는 21세기에는 경쟁력을 갖춘 상품이 될 것”이라며 “해외 기업들이 우리나라 공연을 후원하는 것도 이러한 차원이므로 우리 기업들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 원장은 전통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기도 하고 자비를 털기도 해 공연에 나선다. 매주 야외공연을 여는가 하면 해외공연에도 적극적이다. 12년째 매주 무료공연을 해온 그가 고궁과 박물관 등 야외에서 관객과 만나기를 고집한 것은 93년 미국 볼티모어 박물관 초청으로 우리 전통공연을 한 후부터다. 그는 “박물관은 박제된 유물만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살아 있는 전통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며 “전통공연이야말로 과거와 현재가 함께 호흡하는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어 박물관 등에 가장 잘 어울리는 볼거리”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그의 시도는 박물관 측의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엄숙한 박물관에서 웬 춤이냐’고 거절 당했다”며 “하지만 꾸준하게 설득한 결과 이제는 지자체 박물관에서도 공연을 기획할 정도”라고 말했다. 33년째 해외공연을 해온 인 원장은 단순히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 나라의 중심에 한국을 심고 있다. 카네기홀, 프랑스 샹젤리제 극장, 하버드 대학 등의 무대에 선 인 원장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그 나라 미래의 의사결정권자들에게 보여주고 가르쳐야 한다. 하버드에서는 관객들에게 소고와 춤사위를 가르치기도 했다”며 “평생 의궤를 통해 학술적인 연구를 하고 예술적으로도 승화시켜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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