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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이제 아마존입니다."
지난해 11월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구글의 경쟁사를 묻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아마존을 꼽았다. 페이스북이나 야후 같은 인터넷기업이 아니라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구글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수로 자리잡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인터넷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은 글로벌 유통산업의 지형도를 바꾼 것에서 나아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업체까지 넘보고 있다.
아마존의 부상에 구글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아마존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쇼핑까지 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미국인의 24%가 구글에서 상품을 검색했고 아마존은 18%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아마존이 39%로 늘었고 구글은 11%로 반토막 났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무서운 속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1월23일 다보스포럼 연설자로 나와 "3억명 수준인 이용자를 10년 내 20억명으로 늘려 알리바바를 '인터넷 세계무역기구'로 키우겠다"고 자신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확보한 유통 경쟁력을 글로벌 무대로 넓혀 향후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글로벌 유통공룡의 공습이 가시화하면 가뜩이나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유통 업계는 또다시 위기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군이 이들 유통공룡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과거 국내에 진출했다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철수한 월마트·까르푸와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직접적 경쟁 상대인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는 벌써부터 치열한 생존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통상 7% 안팎의 판매수수료를 받는 반면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수수료를 사실상 없애고 광고 수익으로 서비스를 운영한다. 같은 상품을 판매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승산이 없다는 얘기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독자적으로 서비스하겠다며 네이버의 모바일 지식쇼핑에 상품정보 제공을 중단했다가 2년도 안 돼 다시 재개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다.
경기침체로 매출 부진에 허덕이는 백화점은 해외 직구(직접구매)에 대한 해법을 찾기도 전에 글로벌 유통업체와 정면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은 백화점들이 상품 구성과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우위지만 글로벌 기업의 물량 공세로 단기간에 고객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아웃렛 시장 역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와 신세계·현대 등 국내 유통 빅3는 아웃렛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올해 10여곳의 아웃렛 점포를 열 계획이지만 글로벌 유통업체의 공세가 본격화되면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경기 불황과 정부 규제로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든 대형마트도 비상이다.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어 보이지만 최근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까지 모바일 서비스를 기반으로 신선식품을 판매하면서 매출이 잠식당하고 있다. 글로벌 유통업체가 매장을 짓는 대신 물류창고만 구축해 각종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유통에 나선다면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다. 이미 아마존은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레시'까지 선보이며 대형마트 영역까지 진출했다.
물류 업계도 글로벌 유통공룡의 국내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택배를 비롯한 배송 서비스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택배 물량이 늘어나 이득이겠지만 자체 배송업체를 두고 사업을 확장하면 한순간에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물류경영연구원장인 최시영 아주대 물류SCM학과 교수는 "2000년을 전후로 홈쇼핑과 오픈마켓이 등장하면서 택배를 비롯한 물류산업도 급성장했지만 글로벌 물류기업과의 격차가 여전한 것이 현실"이라며 "구글이 무인비행기로 상품을 배송하고 아마존이 택시를 택배로 활용하는 것처럼 물류 업계도 모바일 시대에 맞게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통공룡의 공습에 맞서 국내 유통 업계는 뒤늦게 모바일과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대형마트는 온라인 물류센터 확충에 총력을 다하고 있고 백화점은 해외 직구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 전용 매장까지 선보였다. 기존 유통업체와 글로벌 기업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는 사실상 상시 할인 체제로 전환했다.
서용구(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장은 "이미 전 세계 각국에서 영향력을 입증한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공격적인 전략을 취한다면 국내 유통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유통 업계도 내수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직접 진출하는 등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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