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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Law테크] (7) 국제중재땐 기밀문서도 제출 대상

사규등에 맡게 서류 잘 관리해둬야


국제중재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기업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문서제출 절차이다. 국제중재가 시작되면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기 전에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서류나 증거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영미 소송에서의 증거개시절차(discovery)와 비슷한 것인데, 이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중재판정부가 문서제출명령을 내린다. 심한 경우에는 생산 기밀에 속하는 설계도에 대하여도 문서제출명령이 내려져 우리 기업들을 경악하게 한다. 우리 민사소송에서는 기술상의 비밀 문서는 제출을 거부할 수 있지만, 국제중재에서는 쟁점과 관련이 있는 한 상대방이 비밀준수를 약속을 하고 문서제출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제출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이와 같이 문서제출의 범위가 넓다는 점이 국내 소송과 많이 다른 점이다. 국내 기업들이 국제중재뿐만 아니라 해외투자와 관련한 제반 절차들을 진행하면서도 생소하게 느끼는 부분이 문서제출 절차이다. 이는 우리 민사소송법이 영미법계에 비하여 상대방에 대한 문서제출의무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압수 수색영장에 의한 경우가 아니면 소송 상대방에게 광범위한 분량의 문서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이에 비해서 영미법 국가에서는 상대방이나 관련 기관에게 문서를 제출할 의무가 훨씬 폭 넓다. 또 소송이 예상되면 그와 관련된 문서의 파기를 금지하는 판례법도 있고, 문서제출을 변호사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윤리규정도 있어 소송 당사자가 관련 서류를 소송 초기에 교환하여 쌍방이 동일한 범위의 서류를 기초로 하여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영미의 변호사들은 이 문서제출의무에 관해 더 민감해졌다. 이는 사상 최대의 회계부정사건인 엔론 사건과 관련하여 세계적 회계법인인 A회계법인이 망한 사건 때문이다. 세계 5대 회계법인인 A회계법인은 엔론에 대한 회계감사 법인이었다. A회계법인의 문서관리규정은 감사의 결과인 재무제표와 이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서류만을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엔론이 분식회계 혐의로 사법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사내 변호사는 관련 회계사들에게 이 메일을 보내어 "조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서관리규정에 따라 서신이나 감사조서에 대한 파기작업을 계속 하라"고 요청했다. 이 메일을 읽어 본 회계사들은 엔론에 대한 회계감사시에 작성되었던 서류들을 파쇄했다. 그러나 미 연방검찰은 A회계법인의 행위가 중범죄인 사법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기소하였고 1심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선고 받았다. A회계법인은 감사조서를 파기한 행위가 자신의 문서관리규정을 준수한 것으로서 정당한 행위였다는 이유로 항소하여 끝내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원심 파기판결을 받아내었다. 그러나 그때에는 이미 A회계법인은 파산하고 소멸된 후였다. 이 일이 있은 후 미국에서는 문서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관리하고 파기하는 각 단계에 대하여 기업들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사법당국도 기업범죄에 대한 수사 시에 문서관리절차가 사규에 따라서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정상참작의 사유로 삼고 있기 때문에 문서의 관리와 관련한 절차에 관한 기업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져 있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진출이 활발해지고 국제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라서 사규 등에 명시된 문서관리규정 등을 잘 따르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제중재에서는 많은 분량의 문서를 미리 상대방과 교환해야 하는데, 이에 불성실하게 응할 경우 본의 아니게 재판부에 좋지 못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전담팀을 두어 기업내 문서들을 수집하는 등 문서제출절차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폭 넓은 증거개시제도에 익숙한 영미 기업이나 중재인들에게 제도적 문화적으로 다른 배경아래 문서를 작성하고 관리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실무차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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