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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7월 28일] '석유먹는 하마' 도로 교통

이창운(한국교통연구원국가교통물류전략본부장)

우리나라가 지난해 수입한 석유 중 약 34%(2억6,000만배럴)가 교통 부문에서 소비됐다. 이 중 78%는 도로교통에 사용됐다. 문제는 외국에 비해 소비가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차량 한 대당 에너지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16배나 많다. 도로교통 부문의 에너지 효율성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게다가 일본ㆍ독일은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매년 1.0% 정도씩 감소하고 있지만 우리는 2.2%씩 증가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에너지를 가장 비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도로교통에서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도로수송량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의미다. 나홀로 승용차로 꽉 막힌 도로를 가고 있다면 에너지 효율성은 최악일 것이다. 서울 도심을 출입하는 차량의 80% 이상은 나홀로 승용차다. 그것도 경소형이 아니라 중대형이 많다. 국내 승용차 평균 배기량은 지난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유럽 국가들과 비슷했으나 최근에는 2,113㏄로 유럽 평균(1,744㏄)보다 21%나 많다. 도로 지ㆍ정체로 인한 전국의 교통혼잡비용은 연간 24조원을 웃돌며 수도권의 혼잡비용은 이 중 57%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가 도로교통 부문의 에너지 효율성을 지금의 이탈리아ㆍ독일이나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도로교통 석유소비량을 현 수준보다 각각 약 50%(연간 1억배럴), 16%(연간 3,470만배럴)나 절감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로교통의 부문 에너지 효율성을 이탈리아ㆍ독일이나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면 각각 연간 8조원, 3조원(두바이유 현물가격 배럴당 66달러, 원ㆍ달러 환율 1,250원 기준)의 석유 수입비용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처럼 에너지 과소비가 심각하다 보니 한국 경제는 국제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겪었던 고유가 위기는 불행 중 다행으로 세계불황에 따른 에너지 수요 침체로 한풀 꺾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잇따르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어 언제든지 다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할 것이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너무나 당연한 대답이지만 대중교통의 발전에 더욱 치중하고 승용차 이용의 효율성도 높여줘야 한다. 승용차의 수송분담률은 26.1%지만 에너지는 53.2%나 사용한다. 대중교통을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어 승용차에 집착하는 중독자까지도 충분히 유혹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교통 부문의 에너지 절감 방안을 전방위적으로 총동원해야 한다. 저에너지 교통시설의 확충,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 조성, 교통 수요의 합리적 관리, 에너지 저소비 유인체계 구축과 에너지 절약에 대한 사회적 참여, 신에너지 기술의 개발ㆍ활용, 자전거를 비롯한 저탄소형 녹색교통체계 구축 등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신년호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 자체가 ‘제5의 에너지’라고 규정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 에너지 수요의 20% 이상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절약을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신에너지로 강조한 것이다. 미국의 명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교통 부문 유류소비를 줄이는 것이 미국이 살아남기 위한 최우선 전략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럴진데 에너지에 관한 한 국제적 고아나 다름없는 우리나라는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 기필코 제5의 에너지 산유국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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