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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맥주는 폭탄주의 원료가 아니랍니다

"내 맛 그대로 즐겨 주세요"


'맥만동' 회원들은 주말마다 모여 각자 입맛에 맞는 맥주를 만든다. 만들기를 끝낸 회원들이 지난주에 만들어 숙성시킨 맥주로 건배를 외치고 있다. /맹준호 기자

하우스맥주는‘마이크로브루어리’ 라고 부르지만 만만치 않은 설비가 필요하다. 오진영 오킴스브로이하우스 브루 마스터가 맥주 침전조에서 불순물을 빼내고 있다. /맹준호 기자

맥주는 폭탄주의 원료가 아니랍니다 [리빙 앤 조이] "내 맛 그대로 즐겨 주세요"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맥만동' 회원들은 주말마다 모여 각자 입맛에 맞는 맥주를 만든다. 만들기를 끝낸 회원들이 지난주에 만들어 숙성시킨 맥주로 건배를 외치고 있다. /맹준호 기자 하우스맥주는‘마이크로브루어리’ 라고 부르지만 만만치 않은 설비가 필요하다. 오진영 오킴스브로이하우스 브루 마스터가 맥주 침전조에서 불순물을 빼내고 있다. /맹준호 기자 관련기사 • 맥주는 폭탄주의 원료가 아니랍니다 • 맥주 마시면 정말 살찔까? • 맥주도 만드는데 소시지를 못 만들까? ▶ 리빙 앤 조이 기사 더 보기 • 질주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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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맥주 버드와이저는 쌀을 첨가해 맛을 내고 중국 맥주들도 쌀을 첨가한 것이 많으며, 캐다다나 유럽 맥주는 제조의 편의상 전분 시럽을 사용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이트와 카스는 옥수수 전분을, 오비블루는 전분과 쌀을 첨가해 맛의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맥아를 얼마나 볶느냐에 따라서도 맛 차이가 난다. 보리를 볶는 온도가 높을수록 맥주 색이 짙어이며 맛도 진해진다. 검은색을 띄는 흑맥주는 맥아를 거의 태우다시피 볶아 쓰기 때문에 진하고 묵직하며 그윽한 맛을 낸다. ■하우스맥주는 청결이 생명 동호인들이 맥주를 스스로 만들어 먹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만드는 과정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수록 재미있는 취미가 되는 셈이다. '맥만동'의 대표 운영자 정영진(33) 씨는 원래 IT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맥주 만들기를 빠져 결국 맥주 수입회사 직원으로 직장을 옮겼다. 주말이면 동호인들에게 맥주 만들기를 가르쳐준다. 정 씨는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게 왜 즐겁냐 질문에 "일률적인 기존 맥주 맛과는 전혀 다른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정 씨는 "한국의 대량 생산 맥주는 사실상 이른바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라는 종류의 하나 일 뿐"이라며 "직접 한 번 맥주를 만들어 보면 독특한 맛과 멋에 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곡물을 이용해 맥주를 만드는 공정은 초심자가 시도하기엔 어렵다. 그래서 처음에는 맥아즙 농축액과 효모를 캔에 담은 수입 제품을 이용하면 쉽게 맥주 만들기를 시작할 수 있다. 하우스맥주도 뭔가 다른 맥주 맛을 원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맥줏집에서 직접 만든 하우스맥주는 기본적으로 효모가 살아있는 생맥주다. 대량 생산하는 생맥주에 비교하면 일반적으로 맛이 더 진하다. 하우스맥주를 만드는 설비는 최소 2~3억 원이 들고, 괜찮은 설비를 갖추자면 10억 원 이상이 든다. 오진영 오킴스 브루마스터는 "하우스맥주 맛의 90% 이상은 위생 상태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맥주통에 불순물이 끼면 이상 발효로 맥주 맛이 변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하우스맥주와 자가 제조 맥주의 공세에 대해 대형 제조사의 입장은 "대세에 지장 없다"는 견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하우스 맥주 등의 매출액이 제조사 맥주 매출의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맥주 문화 발전을 위해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의 연간 맥주 소비량은 출고량 기준으로 2006년 172만 4,019㎘를 기록했다. 한ㆍ일 월드컵이 있었던 2002년 182만 1,130㎘로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하향하는 추세다. 맥주는 우리나라 주류시장에서 양으로나 판매 금액으로나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다. 맥주 시장의 최성수기는 6월부터 10월까지이며 이 기간의 매출이 연간 매출의 2/3를 차지한다. ■입이 아니라 목으로 마셔라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요령도 있다. 일단 온도가 중요하다. 여름에는 섭씨 6~8도, 겨울에는 8~10도로 보관해 마시는 게 가장 맛이 좋다. 병맥주와 캔맥주는 출고 이후 90일 이내에 마시는 게 가장 맛있지만 굳이 유통기간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 국내 주류 유통구조상 산간 오지가 아닌 경우엔 거의 모든 맥주가 출고 후 45일 이내에 소비되기 때문이다. 거품도 중요하다. 거품은 맥주의 탄산가스가 달아나는 것을 막아주고 공기접촉을 차단해 산화를 방지하는 일종의 뚜껑처럼 기능한다. 그래서 맥주는 병째 마시는 것보다 컵에 따라 마시는 게 훨씬 맛있다. 가장 알맞은 거품 두께는 2~3㎝ 정도. 잔을 살짝 기울여 맥주를 따르다가 잔을 수직으로 세워 세차게 따른 뒤, 거품이 일기 시작하면 천천히 따르는 게 알맞은 두께의 거품을 내는 요령이다. 맥주잔에 기름기가 있으면 거품이 일지 않는다. 맥주잔의 청결 상태도 맥주 맛을 제대로 내는 기본 조건이다. 생맥주는 빨리 먹을수록 맛있다. 효모가 살아있기 때문에 유통기간 중 지속적인 발효가 일어나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진해지고 신맛이 생긴다. 보통 출고된 지 2주 내로 마시는 게 가장 좋다. 서울 시내 번화가에 자리잡은 대형 맥주집은 그날 받은 맥주를 당일에 대부분 판매하는 게 보통이라 늘 손님이 많은 곳을 골라가면 대체로 신선한 생맥주를 즐길 수 있다. 오킴스 브로이하우스는 "맥주는 입이 아니라 목으로 마시라"고 권한다. 맥주는 청량감이 생명이라 조금씩 마시기보다는 단번에 들이켜 목으로 느끼는 것이 보다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주당일수록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식으로 즐기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맥주를 마실 때 첨잔을 하지 않는 반면 일본인들은 꾸준히 첨잔을 해가며 마시는데, 맛을 위해서라면 한국식이 권할만한 방법이다. 마시다 남은 김빠진 맥주에 신선한 맥주를 따라 마시면 청량감과 풍미가 반감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맛있는 맥주집을 찾아라 일반 호프집 생맥주 맛은 신선도가 결정한다. 맥주 맛을 잘 아는 사람은 "생맥주 집 마다 술 맛이 다르다"고들 말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때문에 일본은 한국과는 달리 생맥주 배달에 냉장차량을 이용한다. 호프집을 고를 때는 선입선출(先入先出)의 원칙을 지키는 집을 선택하는 게 원칙이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늘 손님이 많은 대형 업소들은 판매량이 많아 날마다 맥주를 배달받아 판매하는 편이다. 서울 시내에서 하우스 맥줏집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남역 주변이다. 7~8개 업소가 성업중이다. '맥만동' 대표 운영자 정 씨가 추천하는 하우스맥줏집은 플래티넘, 옥토페스트, 호프브로이 등이며 밀러타임의 맥주 맛도 좋다고 권했다. 그렇다면 맥주회사 직원들이 선호하는 맥주집은 어딜까. 오비맥주 직원들은 을지로입구의 오비호프, 논현동 두산빌딩 지하 오비호프, 대학로와 명동에 있는 비어할레를 자주 간다고 밝혀왔다. 이 중 두산빌딩 지하 맥주집은 오비 직원들이 가는 집이라 매일 공장서 맥주를 직송한다는 '설'이 널리 퍼진 집이다. 하이트맥주는 크림생맥주를 파는 강남의 플젠, 냉각테이블을 이용해 차가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가르텐비어 등을 추천했다. 입력시간 : 2007/04/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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