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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스스로 원칙을 깬 실세


진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새 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됐다. 일단 복지부 쪽에선 이번 인선 결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여당 내에서 '실세'로 통하는 진 부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공약인 복지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실제 지난 참여정부 시절 실세였던 김근태ㆍ유시민 전 의원이 복지부 장관을 겸직하며 굵직굵직한 복지정책을 통과시킨 바 있다. 박근혜 당선인도 이를 염두에 두고 진 부위원장을 내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진 부위원장이 지난해 대선 전까지만 해도 줄곧 '의원ㆍ장관 겸직 금지원칙을 고수해왔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2009년, 2012년 두 차례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 금지를 뼈대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진 부위원장은 "의원들이 개각 때마다 입각설에 휘말리면서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의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법안의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던 진 부위원장이 대선이 끝난 뒤부터 '겸직 가능'쪽으로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17일 장관 인선 발표 후 기자간담회에선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꼭 금지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라며 "(정부 쪽) 공무원을 하신 분들이 너무나 공무원의 논리에 매여 개혁을 하기 상당히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자신이 수년간 주장해왔던 '겸직 불가'원칙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게다가 그의 설명은 여러모로 설득력이 부족하다. 우선 현 정부의 장관 인선 결과를 보면 관료 및 공직자 출신이 상당수다. 진 부위원장의 논리대로라면 박근혜 정부의 개혁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또 국회의원직을 유지한다고 해서 장관으로써 강한 책임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진 부위원장은 17대 국회 입성 당시부터 변호사 업무를 겸직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세종시 수정안 표결 때는 박 당선인과 다른 입장을 취했을 정도로 원칙과 소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원칙을 뒤집을 수밖에 없게 됐다면 그에 합당하고 합리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그의 말처럼 법안이 제정된 뒤에야 의원직과 장관직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것은 '일단 두고 보겠다'는 식의 대응으로 보일 수 있어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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