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의 부활에는 범현대가의 암묵적인 지원이 있었다.’ 만도의 최대주주인 선세이지가 미국계 사모펀드 KKR이나 TRW를 선택하지 못한 배경에는 한라그룹의 주식우선매입권보다는 현대ㆍ기아차그룹의 납품보장이 더 큰 역할을 했다. 당초 KKR 및 TRW가 제시한 만도 인수금액은 1조1000억~1조2000억원선. 한라가 제시한 액수보다 30% 정도 많다. 관건은 최대 납품처인 현대차의 부품구매 약속. 만도가 현대ㆍ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비율은 58%선. 3~4년 전의 70%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지만 여전히 현대ㆍ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이다. 당연히 선세이지가 만도 인수희망자로부터 제값을 받아내려면 최대 거래처인 현대차의 구매보장 약속을 받아내야 했다. 현대차는 하지만 이번 만도 인수전에서 한발 물러서는 한편 선세이지의 요구에는 묵묵부담으로 일관했다. 결과적으로 KKR 및 TRW는 손을 들었고 자연스럽게 한라가 만도를 인수하게 됐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물량보전을 약속하면 소송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이라 적극 나설 형편은 아니었다”면서 “현대차 입장에서도 사모펀드가 납품업체를 인수하는 것보다 국내 자본이 참여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의 지원 약속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하고 있다. 이번 만도 매각건에 정통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에게 만도 인수와 관련해 암묵적인 동의를 표함에 따라 KCC가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 범현대가(家)가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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