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재직기간이 길어지면 경영진을 적절히 견제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24일 주요 상장사 400곳의 주주총회에 올라온 주요 의안을 분석한 결과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곳일수록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이 과도하게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소가 사외이사 반대 권고 의견을 낸 46건 중 재직기간이 10년을 넘는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겠다는 안건은 총 22건(47.8%)으로 이들 기업 상당수는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이 높았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000240)의 경우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18년으로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길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74.2%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65.9%인 세아베스틸(001430)과 E1(017940)(45.3%)이 각각 16년으로 뒤를 이었고 한라비스테온공조(018880)(70.0%) 13~15년, 일신방직(003200)(51.0%) 13년 등도 사외이사 재직연수가 길고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편이었다.
김호준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장은 "사외이사의 장기간 재직이 현 경영권을 적절히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 본연의 기능에 맞는지 면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후보들의 정보 공시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실장은 "주총 소집결의 공시와 소집공고 공시에는 이사·감사 후보들의 단순 약력만 서술하고 있어 후보자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후보자의 이력에 대한 공시와 법령 및 모범규준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 충족 여부도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주들의 적극적인 경영참여 활동인 주주제안은 여전히 성과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주총을 결의한 1,728개사 가운데 주주제안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한 기업은 25개사로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주주제안이 원안대로 승인된 경우는 지난 20일까지 단 1건에 그쳤다. KSS해운이 주주제안으로 상정한 이익공유제를 통과시킨 건이다.
연구소는 주주제안을 하는 시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에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주총 2주 전에 주총 안건을 공시한다. 주주들이 회사 측이 상정한 안건을 확인한 후 추가로 제안을 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