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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과 정치
입력1999-11-23 00:00:00
수정
1999.11.23 00:00:00
李世正 국제부 차장피렌체는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고도(古都)다. 지난 20·21일 이틀간 피렌체에 세계 6개국 정상이 모였다. 주제는 21세기 진보적 통치(PROGRESSIVE GOVERNANCE).
토니 블레어(영국), 게르하르트 슈뢰더(독일), 리오넬 조스팽(프랑스), 마시모 달레마(이탈리아) 등 유럽의 사회주의 지도자들과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브라질의 페르난도 카르도수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들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 중 하나인 「경제성장과 분배」문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자본주의의 새로운 길, 정보화 등으로 변화된 환경에 걸맞는 정부의 역할 등을 모색하기 위한 회의다. 사회정의와 경제성장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복지제도의 고비용구조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 세계화는 과연 인류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등이 이들의 토론주제였다.
첨단정보통신 산업으로 사상 최장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답게 빌 클린턴은 정보화 사회에서 빈부격차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의 위험을 경고했다. 정보기술과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차이가 바로 디지털 격차고 이로 인한 정보 및 지식의 격차가 앞으로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클린턴은 내년 말까지 미국내 모든 학교의 교실에 인터넷을 설치,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모든 국민에게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3의 길」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접목을 시도하는 토니 블레어도 앞으로 중요한 것은 「지식」이라며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동조했다. 신경제는 지식에 기초한 경제이고 지식경제는 정부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의 단순한 분배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사회주의 모델을 벗어나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교육과 기술연마 기회를 제공하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회주의의 우경화(右傾化)를 경계하는 리오넬 조스팽, 마시모 달레마 등은 이같은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세계화가 전통적인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위협이어서는 안된다』『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가 필요하다』며 「따뜻한 피가 흐르는 자본주의」를 강조했다.
우리는 어떠한가. 행정부는 2년만에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자화자찬에 바쁘다. 정치권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사건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경제는 다시 12%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데 옷로비· 언론대책문건· 검사의 검사 수사 등으로 어수선하기만 해 밀레니엄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조차 실감나지 않는다.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주요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본주의의 미래, 삶의 질 등 본질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모습은 머나먼 곳의 얘기일뿐이다.
BOB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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