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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종이 미사일과 H2A 로켓


북한이 지난달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공개한 신형 미사일은 종이로 만든 모형이라는 외국 전문가의 주장이 주목을 끈 적이 있다. 장대한 18륜 미사일 운반차량에 실린 위풍당당한 6기의 탄도미사일이 종이 모형이라니…. 하지만 종이 미사일이라고 해도 그렇게 놀랄 일만은 아니다.

미사일은 북한이 주요 행사 때마다 벌인 군사 퍼레이드의 단골인데 대부분 옛 소련이나 중국에서 도입된 오래된 것들이다. 북한이 자체 개발했다는 탄도미사일이 등장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미사일이 너무 길어 차량에 탑재하기 어려운 데다 서방의 인공위성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서다. 과거 대포동 2호 발사 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으로는 거의 유일무이한 것이어서 미사일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방영되곤 하지만 진짜 대포동 2호의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신문에 실렸던 대포동 2호 사진도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과시 급급하면 실패ㆍ예산낭비 초래

중요한 것은 목표 성능을 실험적으로 입증하기 전까지는 개발 중인 미사일일 뿐 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은 대포동 계열 미사일이든, 이번에 공개한 신형 장거리 미사일이든 한 번도 완벽히 성공한 적이 없다. 따라서 북한에는 아직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없으며 지난 1990년대 이후 내내 개발 중인 셈이다.

냉전시대 공산국가들은 군사용 미사일이건 우주발사체건 발사일정 공개를 금기시했다. 성공하면 발표하고 실패하면 없던 일로 하기 위함이다. 북한도 내내 그랬는데 지난달 장거리 미사일 발사일정과 발사체를 대외에 공개한 것은 인공위성 발사체임을 주장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공개된 자료들을 자세히 보면 통상적인 발사준비 과정과 다른 면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인공위성 발사체는 높은 정밀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위성을 감싸고 있는 페어링의 경우 구조적 결함 방지를 위해 제습ㆍ제진ㆍ냉각장치를 부착하고 항온ㆍ항습ㆍ항진 조건을 갖춘 실내에서 세심한 검사와 함께 조립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제작된 로켓의 각 부분을 열차로 운반, 발사대에 장착해가며 조립했다. 따라서 북한의 주장대로 지난달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이 인공위성 발사체라면 준비 과정에 발사 실패를 초래할 수 있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의 종이 미사일과 장거리 미사일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성공적인 로켓 발사를 위한 기술적 완성도보다 대중적 관심에 더 큰 비중을 뒀다는 점이다. 로켓은 실용성과 더불어 상징적 의미가 크며 종종 국격ㆍ국민적 자긍심 수준과 동일시되곤 한다. 옛 공산권 국가에서 로켓 발사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든지, 군사 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가 된다든지, TV에서 국가(國歌)가 연주될 때 배경화면에 로켓 발사 장면이 자주 포함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러시아의 국가 가사에는 첫 인공위성 발사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중적 관심은 우주개발에 순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적 관심에 치중해 중요한 과정들을 간과하거나 불합리한 방향으로 진행할 경우 필연적으로 많은 시행착오와 대규모 예산 낭비가 뒤따른다.

20여년 실패 인내한 일본서 배워야

최근 우리나라의 다목적 위성 아리랑3호를 우주로 실어 나른 일본의 H2A 로켓은 20번 발사 시도에 단 한번 실패했을 만큼 신뢰성이 높고,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인공위성 발사체 중 하나다. 일본이 H2 로켓의 문제점을 해결한 H2A를 개발하기까지 20년 넘게 걸렸다. 반복된 실패로 의견이 분분했지만 일본은 대중적 관심보다 일관적이고 합리적인 계획 추진에 무게를 실어 발사체 강국으로 우뚝 섰다. 북한의 종이 미사일 사건과 일본의 사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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