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금융위원장의 발언 하나하나에 쏠리고 있다. 그간 워낙 굵직한 위기를 다뤄왔던 김석동 위원장은 위기의 흐름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의 머릿속에는 위기의 매뉴얼이 짜여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 그래서인지 그의 발언은 파장도 크다. 대표적인 게 지난 3일 간부회의에서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발언. 발언이 나온 후 이틀 만에 1조2,000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10일 진행된 간부회의의 발언에 관심이 갔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주목할 만한 게 없다. 지난번의 발언이 너무 파장이 커서 금융위 차원에서 공개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 이날 김 위원장은 국정감사 노고 치하를 시작으로 해 금융권의 공생발전 필요성을 세 가지 이유를 들면서 조목조목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의 바람직한 역할 정립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와 같이 금융권의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 Oblige)'가 중요하다"면서 ▦금융회사의 경영투명성 확보 ▦금융의 맡은 바 역할 충실히 수행 ▦사회적 약자, 금융소외자 배려 등을 강조했다. 특히 금융의 역할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졌다. 김 위원장은 "실물경제가 어려워질 때의 첫 번째 방어선이 금융"이라면서 "이런 차원에서 중소기업 등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충실히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가계대출 증가세의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들이 노력할 필요하다"면서 "대출구조가 안정적으로 개편되도록 금융회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방지하고 고객부담이 급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언 어디를 봐도 예민한 부분은 없고 말 그대로 '말의 성찬'으로 가득 찬 원론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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