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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거품공약과 경제위기 증후군
입력2007-11-05 17:01:16
수정
2007.11.05 17:01:16
[시론] 거품공약과 경제위기 증후군
설봉식(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한국경제와 시장상황은 지금 대선 시즌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여야는 물론 무소속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복지사회 및 선진일등국가를 만들겠다고 외치면서 지지를 보내줄 것을 널리 호소하고 있다.
한마디로 천문학적 예산에 드는 거품공약의 남발로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대선을 한 달여 남겨둔 막바지에 3파전의 소용돌이와 치열한 본선 접전이 본격화되면 아마 거품공약 내세우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우선 승리하고 보자!”라는 다급한 생각에서 쏟아내는 공약은 더욱 더 거품이 들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와 같은 거품공약은 제2의 경제위기 증후군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국민 개개인의 행복은 갖가지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수준과 정비례하고 그들이 기대하는 욕구와는 반비례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그동안 대통령 선거와 총선 등 정치적 행사가 있을 때면 복지사회로 가는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여 국민의 기대욕구를 지속적으로 증폭시키기만 해왔다.
주먹구구식의 높은 경제성장률, 뻥튀기 1인당 국민소득과 생활수준 등에 대한 허상의 목표를 내세운 정치적 비전 제시는 국민의 기대욕구를 증폭시켜 화폐의 환상을 일으키는 거품경제의 근원이 되어왔다.
문제는 이처럼 국민의 기대욕구가 증가되면 증가될수록 정부의 복지지출에 대한 수요가 날로 급증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리는 “복지국가(welfare state)로 가자!” 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그 참뜻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힘을 발휘하는 가운데 이루려는 정책목표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찍이 브리그(A.Briggs)는 정부가 복지사회를 기치로 삼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으로 시장에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했다. 첫째, 저소득층 재산의 시장가치와는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최저임금 내지는 생계수준 이상의 소득을 보장한다. 둘째, 질병, 노령화, 실업 등 사회적 우환을 치유하는 사회안전망을 마련한다. 셋째, 지위나 계층을 불문하고 사회복지예산의 범위 내에서 최선의 혜택을 고루 베푼다는 것 등이 그 예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하는 복지국가도 자칫 큰 정부, 더 많은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리고 복지국가는 단순한 정부의 정책구호나 정치인들의 허황된 공약의 구호에 그칠 우려가 있다. 진정한 복지국가의 실현은 시장의 크기, 그 발전의 정도 여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처 총리는 재임기간 중에 "안정이 곧 영국의 미래다”라고 외치면서 인기 없는 안정화 정책으로 질곡의 영국병을 치유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본경제를 두고 잃어버린 15년 운운 했지만, 실제 그동안의 경기침체와 불황 속에서도 일본국민과 시장경제 스스로가 움츠리고 또 구조조정 및 안정화 진전을 널리 받아드린 결과 작금에 와서 경제회복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렇게 볼 때 “안정화가 곧 성장이다!” 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널리 수긍이 갈만 논의의 쟁점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현실은 이와 같은 안정화 정책을 받아드리려 하지 않는다. 그저 초고속 성장과 같은 약물에 중독되어 국민의 복지수요는 하늘을 찌를 듯 높기만 하고 거품경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3D업종을 기피하거나 ‘일보다 복지를 기대하는’ 사회분위기 속에 그만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나아가서 그 위기의 증후군까지 낳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은 200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단기적으로는 약간 회복세를 보일지 모르지만 갖가지 구조적 문제로 말미암아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했다. 기업의 보수적인 경영행태와, 투자부진, 정부의 규제 지속,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저하, IT산업의 수요유발 효과의 미약 등이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국민의 인기가 높은 유력 대전주자들은 저마다 거품공약을 남발하는 전통적인 정치행위만을 지속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그 어느 때인가 총선을 전후하여 또다시 선심성 거품공약의 경쟁이 뒤따라 이루어진다면 그토록 처절했던 10년 전의 IMF 경제위기, 그 증후군이 우리 앞에 또다시 나타나고 말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보다 지혜로워져야 한다. 거품공약에 현혹되어 투표행위를 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분명, “안정화가 곧 성장이다!”
입력시간 : 2007/11/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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