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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틴 조선 H빌라/자연환경과 빼어난 조화(신작감상)
입력1997-10-21 00:00:00
수정
1997.10.21 00:00:00
박영신 기자
◎건축가 유원재씨 설계/주변 폐쇄적 이미지 밝고 환하게 탈바꿈「웨스틴 조선호텔 H빌라」는 남대문에서 시립남산도서관으로 오르는 소월길에 인접해 있는 자그마한 공동주택이다. 소월길보다 10∼12m정도 낮은 위치에 있으며 좁은폭에 길다란 모양의 대지에 지어졌다.
소월길에서 보면 지붕만 보인다. 건축주인 조선호텔이 그간 외국 직원들이 사용할 적절한 주택이 없어 이들을 위해 지은 사택이다. 여분의 주택은 임대되었다.
이 주택의 대지는 남산 경관보호를 위한 고도제한을 받고 있어 최고 높이가 순환도로보다 1.5m 낮아야 하는 고도제한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미 이 집은 최대 용적을 위해 경사진 소월길 높이에 의해 지붕선이 정해인 셈이었다. 소월길 진입도로를 들어서면 도로 북측에 높이 10m가량의 축대와 남쪽 경사진 면의 대지위에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이 섞여 있다. 소월길과 진입도로의 고저차를 떠받치고 있는 축대는 동네의 인상을 어둡고 폐쇄적으로 만든다.
설계자인 유원재씨(48·다건축 대표)는 이 집을 통해 주변 도로까지 밝고 환한 공용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주출입구와 주차장을 필로티(기둥으로만 만들어진 트인 공간)형식으로 설계했다. 그래서 1층 공간의 약 70%정도는 탁 트인 공간(주차장)으로 만들어졌고 여기를 통해 서울의 풍경은 거의 다 들어온다. 길을 지나가는 행인들도 즐길 수 있다.
또하나 이 집이 특히 주변환경에 공헌하고 있는 기능공간은 계단실이다. 10세대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계단실을 유소장은 유리 커튼월(간이벽)로 처리, 내외부가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집이 들어섬으로써 뒷부분의 길은 오히려 환하게 살아났다. 계단실을 크게 오픈시켜 밤에도 계단실에 불을 밝히면 가로등이 따로 없을 정도로 주변이 밝아진다. 새로운 건축이 생겨나면서 주변 자연환경에 베풀어야 할 사회성과 공익성을 그대로 담아내는 건축가의 철학이 잘 나타난 부분이다.
이 집은 요즘 공동주택들이 전통적인 공동체 의식 퇴행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탈피하고자 계단실에 작은 마당의 개념을 도입했다. 각 층의 계단실을 통해 사람들이 만나게 될 때 좀더 밝은 모습으로 자연스레 인사가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역시 건축가의 세심한 배려가 묻어나는 공간이다.
10여세대로 이뤄진 평면도 제각각이다. 가족형, 커플형, 합숙형, 독신형 등 4가지 형태로 설계돼 있다. 이중 특히 합숙형 평면은 욕실과 옷보관실이 각각 독립된 침실 2개에서, 거실·식당·주방 등을 공유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로 인해 각 방의 독립성은 더욱 보장되고 공동사용 공간인 거실·식당 등은 더욱 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공동주택의 상층부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망은 극적이다. 대지가 고지대인 점을 십분 살려 남서쪽의 서울모습이 그대로 수용되도록 치밀하게 설계돼 있다.
좋은 건축을 위한 건축가의 치열한 노력과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건축주의 만남은 틀림없이 편하고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탄생시킨다는 당연한 상식을 실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박영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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