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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꺾기가 있다니

가장 오래되고 고질적인 대출관행인 꺾기는 이제 대통령이 불호령을 내리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최근 금융권의 꺾기가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문책까지 경고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상환자금용으로 예금이나 적금을 드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강요에 의해 꺾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푼의 대출금도 아쉬운 기업은 은행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실정이다.그러니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풀리기 더 어려웠을 것이다. 최근의 감사원 보고서는 이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자금의 절반이 구속성예금으로 회수되고 있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책이 거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의 이기주의가 경제회생의 첨병인 중소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시정이 돼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꺾기관행을 뿌리뽑는다고 야단이다. 전국 각지에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은행영업점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해 적발되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한다. 그럴만도 하다.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졌으니 감독기관이 나서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문이 있다. 금융당국이 꺾기관행을 뿌리뽑겠다고 공언한 것은 지난해만해도 여러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이번과 비슷한 단속내용들이 거론됐었다. 대통령의 엄명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훨씬 나아질 것으로 일단 기대는 해본다. 그러나 과연 감독기관의 감사와 제재만으로 오랜 관행이 시정이 될 수 있을까. 은행들이 꺾기를 통해 음성적으로 필요경비를 조달하려는 탓도 없지않지만 싼 이자로 빌려준다고 생각해 대출금의 일부를 예금으로 떼려는 일종의 보상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꺾기를 근절하려면 금융시장에 시장원리가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기업과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다른 금리를 적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말로만 대출금리 자율화가 아니라 은행들에 완전히 맡겨야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은행들의 꺾기관행이 합리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은 은행 몇개가 문을 닫고 합병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금융인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여신관행의 개혁은 꺾기관행의 포기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외국계은행들과의 경쟁에서도 계속 꺾기관행을 유지할 수는 없지않은가. 의식의 선진화 없이는 금융개혁이 완료되었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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