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번 인사를 통해 'DS(디바이스 솔루션) 총괄'을 신설한 것은 실적악화의 늪에 빠져 있는 부품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LCD와 가격하락으로 고전하는 반도체를 한데 묶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단행된 전격 인사는 삼성이 그동안 '조직의 안정성'을 중시, 정기 연말인사를 고수해온 73년간의 전통을 깼다는 점에서 삼성 인적 및 조직 쇄신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8일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 문화가 훼손됐다"고 질타하면서 시작된 '뉴삼성' 만들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품 살리기 위한 고강도 처방='DS 사업총괄'과 이를 보좌할 경영지원실을 신설한 것은 한마디로 부품 파트를 살리기 위한 고강도 처방이다. 실제로 LCD는 올해 1ㆍ4분기에 2,3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아울러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미래 성장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반도체도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으나 영업이익 규모가 지난해 10조원에서 올해는 6조~7조원으로 감소하는 등 환경이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자 삼성전자는 이번에 부품 부문만 따로 묶어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종전에는 세트(TV와 휴대폰 등)와 부품(반도체와 LCD) 분야를 각 사업부별로 운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트는 그대로 둔 채 부품만 총괄 체제로 전환했다. 새롭게 신설된 'DS 사업총괄' 경영지원실장에 김종중 삼성정밀화학 사장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자소재 등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 최고경영자(CEO)를 이동시켜 부품과 전자소재 등을 한데 엮어 부품 파트의 미래동력을 찾으려는 것.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시스템 LSI, LCD는 물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 부품 파트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부품 부문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세부 부문에서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추가 조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본격 쇄신 위해 73년 전통 버려=CEO 교체를 포함한 이번 인사는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이 오랜 기간 지켜왔던 조직 컬러를 대수술하겠다는 의미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조직 안전성 ▦예측 가능성 ▦ CEO가 본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이 삼성 73년 역사의 전통이었다. 삼성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간 수시 인사를 하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LCD 사업부장 교체가 "실적부진에 책임을 진 것"이라고 문책성 발언을 한 것도 전에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은 '필요하면 언제든 사람과 조직을 바꿀 수 있다'는 원칙을 대내외에 천명한 셈이다. 이에 더해 향후 연말까지 수차례 추가 인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연말 정기 인사 전까지 최소 3~4회의 수시 인사ㆍ조직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의 변화 배경에는 대내외 환경 급변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기업 본연의 위기감이 짙게 깔려 있다. 아울러 지난해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 회장이 미래의 삼성과 후계작업을 겨냥한 또 한번의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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