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인수한 하이닉스가 지난해 4ㆍ4분기에 두 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말 흑자 전환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하이닉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공격적인 투자 방침을 공표한 만큼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어느 정도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ㆍ4분기 적자폭 축소에 성공=하이닉스는 지난해 4ㆍ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2조5,5,30억원, 영업이익은 -1,67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지난 2010년보다 14% 감소한 10조3,960억원, 영업이익은 89% 줄어든 3,250억원에 그쳤다. 또 560억원의 당기순손실도 기록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발 빠른 대처로 수익성 악화 폭을 줄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회사는 지난해 3ㆍ4분기 2,7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4ㆍ4분기에는 1,670억원의 영업손실로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영업적자 폭 축소는 신속한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지난 4ㆍ4분기에도 D램 평균 판매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9%나 하락했다"며 "하지만 30나노급 D램 비중을 40% 중반으로 확대하면서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말 흑자전환 가능하다=문제는 올해 흑자 전환 가능성 여부다. 반도체 D램 가격이 PC수요 부진으로 1ㆍ4분기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1ㆍ4분기에도 또다시 영업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올해 말 최소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하이닉스의 축적된 기술력과 함께 최 회장의 리더십과 과감한 투자결정이 어우러질 경우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현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경우 D램에서 30나노 공정을 적용한 제품 비율이 전체의 40% 중반"이라며 "하지만 비율을 늘려나간다면 반도체 가격 변동 없이도 올해 말 순이익 흑자전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이 올 2ㆍ4분기에만 상승해도 하이닉스의 흑자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감한 투자로 배팅한다=하이닉스는 올해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4조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낸드플래시에 투자해 모바일 기기 확산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같은 투자는 최 회장의 하이닉스 이사회 참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권오철 사장은 최근 최 회장에게 보고하는 석상에서 "오너십 부재로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최 회장의 리더십을 통해 과감한 투자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해 3조5,000억원을 투자한 하이닉스가 4조2,000억원으로 투자를 대폭 확대한 것도 강력한 오너십으로 하이닉스를 도약시키겠다는 최 회장의 결단을 보여준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있기에 하이닉스가 과감한 투자 결정을 하고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설 수 있는 것"이라며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에 따른 시너지까지 감안하면 올해가 하이닉스 체질 변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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