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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 스마트뱅킹보다 오프라인 선호… 1인당 50여명 관리… 하루 3명 직접 만나
대부분 10년 이상 경험 쌓은 정통 뱅커, 전문지식과 다양한 관점으로 신뢰 줘야
우리은행에서 대표적 프라이빗뱅커(PB)로 통하는 박승안(사진) 투체어스 강남센터장을 만난 것은 지난 1일 오후4시 무렵.
박 센터장은 종전까지 강남 모처에서 고객과의 상담을 하다 시간을 쪼개 인터뷰를 위해 급히 사무실로 올라온 터였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지만 바쁘긴 마찬가지다.
그의 일상은 오전7시면 시작된다.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고객 메일과 오늘 하루 상담 스케줄을 체크하고 경제신문을 정독한다.
그러고 나면 1시간30분이 금세 지나간다.
8시부터 30분 팀장 회의. PB들 간에 금융상품과 시장전망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고객관리에 나서는 시간은 아침회의가 끝나는 9시 남짓부터 점심시간인 정오 전까지, 그리고 점심 이후다. 고객관리는 오전에는 기존 고객 위주로, 오후에는 신규 고객 발굴에 주력한다.
투체어스 강남센터에는 거래고객이 VIP(우리은행 금융자산 5억원 이상)만도 200명이다. 근무인원은 센터장과 15~20년 경력의 PB팀장 3명 등 총 9명. 실제로 고객과 상담을 하는 사람은 팀장까지 총 4명으로 PB당 1명당 어림잡아도 50명의 고객이 떨어지는 셈이다. 그만큼 치열하게 뛰어다녀야 한다.
박 센터장은 "오전에 기존 고객과 접촉하는 것은 주로 고객이 오전 업무에 주력해 편한 고객이 아니면 전화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하루에 최소한 고객 3명과 직접 만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PB 전성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지금이야 PB라고 하면 모르는 이가 별로 없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만 해도 PB는 낯선 단어였다.
IMF 당시 영원할 것으로 여겨졌던 은행이 망하면서 자산관리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국내 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씨티 등 외국계 은행으로 돈이 몰렸다.
증권 쪽도 비슷했다. 퇴출되는 증권사가 나오면서 펀드 붐이 일었고 자연스럽게 투자수요에 맞춰 PB 시장이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PB가 가장 뜨거웠던 시기는 뭐니뭐니해도 2007~2008년 자산 버블기다. 행원들이 서로 PB를 하겠다고 손들 정도였다. 2008년 후반 금융위기와 함께 자산 버블도 꺼졌으니 PB의 인기도 시들었을까.
저금리 시대 PB의 역할과 전망은 어떠냐고 하자 박 센터장은 미래를 낙관했다.
"저금리를 맞아 수익률에 대한 고심도 크고 고객도 똑똑해져 PB가 힘들어진 것은 틀림없어요. 하지만 정보기술(IT) 버블 때 우량기업만 살아남았듯이 PB도 실력자만 살아남게 되겠죠.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손실을 본 사람이 많아져 아웃풋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실력만 있다면 PB로서 전문성을 인정받기 좋은 환경이 됐지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박 센터장은 "IMF 전후에는 고객들이 PB 1명과 거래했다면 이제는 고객 1명당 은행 PB 최소 2명, 증권도 1명, 심지어 투자자문사 출신도 끼어든 상태"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정보를 얻을 창구 자체가 많아져 이제 PB의 능력을 검증하고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뱅킹과 PB시장과의 연계성을 주목했다.
"금융산업에 스마트뱅킹이 확산돼도 자산가들은 절대 이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돈 단위가 틀리기 때문에 사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지요. 결국 자산가의 돈 관리는 오프라인에서 할 수밖에 없어요. PB시장에 다시 햇살이 들고 있습니다"
◇정직과 신뢰는 기본, 다양한 시각과 관점 갖춰야=박 센터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보통 PB는 은행에서 쭉 성장한 전통 뱅커가 많지만 그는 아니다.
은행 경력(10년)보다 일반직장 경력(16년)이 더 많다. 현대증권·삼성증권 등 금융사에서도 일했지만 현대차 기획실 등에서 근무했다. 제조와 금융, 일반직과 기획 업무, 애널리스트 등을 두루 경험한 것이 PB 업무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실제로 박 센터장은 대학교 합창단 모임, 저명인사의 경연을 듣는 포럼 등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그는 "이해관계가 덜한 모임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많은데 이는 다양한 시각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투자라는 게 곧 세상을 보는 관점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PB가 되려면 최소 10년 이상 은행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팀장급에 오르려면 최소 15년은 돼야 한다. 온라인 교육, 2~3개월간의 집합교육, 합숙교육 등을 거쳐야 PB 타이틀을 딸 수 있다.
정직과 신뢰는 가장 중요한 PB의 자질이다. 박 센터장은 "고객의 이익과 조직(금융사)의 일원으로 현실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이 있을 수 있다"며 "이때 고객의 입장이 돼 신뢰할 만한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률 고민은 없을까. "이제는 PB들도 신상품을 제안하기보다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알려줍니다.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2%대라면 기대수익률도 4~5%대로 낮춰야 하는데 이제 고객 가운데도 그런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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