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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유가의 뉴 노멀

석유 수요 증가 속도 더디고 공급양상 크게 바뀌지 않아

당분간 유가 급변동 없을 듯




유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산 원유는 배럴당 42달러 밑으로 떨어져 금융위기가 절정이던 지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유가 하락이 공급 충격에서 비롯됐다면 최근의 하락은 수요 측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전 세계는 미국이라는 새로운 석유 시장 주도권자가 어떻게 시장을 흔드는지 알게 됐다.

셰일가스의 등장은 2013~2014년 에너지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새로운 공급원 덕택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은 더 이상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다른 기존 산유국들에 의존하지 않게 됐다. 전 세계 시장은 이른바 지정학적 우려에도 영향을 덜 받게 됐다.

공급자 측면에서 또 하나의 변화는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의 주요국으로 역할 포기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가 급락해도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며 유가가 오르면 생산을 더욱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결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주요 산유국으로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동안 큰 비용부담을 안아왔다. 하지만 OPEC 비회원국이 생산 확대에 나서는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됐다. 공급 측면에서의 이 같은 근원적 변화는 자연스럽게 유가 하락을 불러왔다. 지난해 유가는 불과 몇 달 만에 50% 이상 추락하며 시장 관계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유가는 일시적 급락 후 두 가지 전형적인 시장 반응을 거쳐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우선 원유 가격의 급락은 기존 산유국은 물론 새로운 유형의 공급자 모두에게 수익성 악화를 가져왔다. 둘째 소비자들의 경우 어느 정도 낮은 에너지 비용에 적절한 대응법을 찾게 됐다.



그런데 새로운 요인이 발생하면서 유가는 다시 곤두박질했다. 중국과 브라질·러시아 등 상대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큰 국가의 경제 둔화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는 이 같은 세계 경제 둔화의 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충격은 경제성장률에만 국한되지 않고 금융 시장으로까지 번졌다.

전 세계 석유 시장의 양상이 조만간 다시 변할지는 단정하기 힘들다. 새로운 주도권자인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나 OPEC에 비해 다소 더딘 대응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몇 달간 미국은 석유 시장 안정을 위해 수요 공급 조건을 바꾸려 할 것이다. 하지만 방식은 이전 공급자와는 다를 것이다. 미국은 정치적 판단보다는 전통적 시장 논리에 따를 것이다.

미국은 에너지 생산 감소를 예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너지 가격 하락은 공급자에게 큰 부담이다.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생산은 감소하고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결국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더 큰 차를 사고 싶어 하고 여행도 더 많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은 수요 변화의 속도는 느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석유 시장 주도권자들은 누구도 유가의 미래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유가 회복은 세계 경제성장률 회복과 금융 시장 안정이라는 건강한 글로벌 경제를 필요로 한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정치적 여건들을 고려할 때 그 시기는 그리 빨리 오지는 않을 것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전 핌코 CEO·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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