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도 증권거래소 통합대열에 합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와 오사카 거래소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년 가을 통합을 목표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10일 전했다. 두 거래소는 이달 안에 사장간 회동을 통해 통합을 위한 기본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통합거래소 규모는 상장기업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의 나스닥을 제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현재 일본 내 주식거래의 96%, 오사카거래소는 닛케이평균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의 52%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두 거래소는 통합 후 지주회사를 두고 그 밑에 주식거래 와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조직을 별도로 두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양대 거래소로 국내 시장에서 경쟁구도를 보였던 두 조직이 서둘러 통합에 나서게 된 것은 글로벌 자본시장의 합종연횡과 치열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주식매매 규모 선두를 달리던 도쿄증권거래소는 2009년 이래 1위 자리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내줬으며, 오사카증권거래소도 파생상품 거래규모가 아시아 7위에 머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 등 신흥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외국에서도 선진국 거래소간에 사활을 건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며 “양사 통합은 경영자원을 집중시켜 일본시장의 지반 침몰을 막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내 주식거래의 60% 이상을 외국인이 차지하는 가운데 국제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어, 두 거래소의 통합은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이토 아쓰시(齊藤惇) 도쿄증권거래소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바다를 건너기보다는 국내가 우선이다. 비슷한 조직은 하나면 족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도쿄증권거래소는 1878년에 설립된 일본 최대의 증권거래소로 총 2,290개에 달하는 기업이 상장돼 있으며, 작년 말 현재 상장사 시가총액은 3조9,000억 달러 규모로 세계 3위를 차지한다. 1949년 설립된 오사카증권거래소가 거느린 상장사는 1,740개 기업, 시가총액은 총 2,700억 달러 수준으로 세계 30위에 올라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