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23년을 투자해왔습니다. 사업성이 낮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결국 숙원을 이뤘습니다."
꿈의 제철기술로 꼽히는 '파이넥스' 공법을 최근 중국에 수출하는 데 성공한 포스코의 한 고위관계자는 피땀 어린 시간을 이렇게 돌아봤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말 포스코와 중국 충칭강철이 손잡고 3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짓는 사업안에 최종 사인했다. 포스코가 1992년 파이넥스 공법 연구를 시작해 이후 매년 1조원을 쏟아부은 끝에 이뤄낸 경사다. 포스코는 합작사인 충칭강철로부터 매년 기술사용료를 받는다. 공장이 돌아가는 한 마르지 않는 수입처를 확보한 것이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10년 전부터 투자해 온 '신(新)성장사업'으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따른 내수 활력 저하, 중국 경기침체, 엔저 등 '삼각파도'가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지만 위기에 대비한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사업영역에서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까지 내는 회사가 적지 않다"며 "차세대 산업 곳곳에서 미국이나 중국과 글로벌 선두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의 차세대 사업으로 꼽히는 분야는 크게 나눠 △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터넷(IoT) 등 솔루션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나뉜다. IoT와 바이오를 융합해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식으로 이종(異種) 교배를 시도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삼성은 바이오와 전자를 융합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캐나다 보건부에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SB4' 허가신청서를 내는 등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전자 기술을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R&D)도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친환경자동차'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특히 수소차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030년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LG전자는 자동차부품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진출해 올 1·4분기 3,826억원의 매출(VC사업부)을 냈고 한화는 4월 미국에서 1.5GW 규모의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태양광 사업에서 결실을 일궈내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존 사업에 더해 신성장사업을 잘 '믹스(mix)'하는 기업만이 다가오는 10년 후에도 생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