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옳다고 하더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은 ‘나치즘’과 다르지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이상민 새정치연합 의원이 고민 끝에 털어놓은 말이다. ‘김영란법’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국민적 여론에 떠밀려 제대로 법을 심사하지 못한 채 처리압박을 받고 있는 법사위원장의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 위원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여야 지도부가 2월 임시국회 중 ‘김영란법’을 처리하겠다고 합의한 만큼 나도 총대를 메고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끝내 씁쓸한 마음은 감추지 못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이 ‘김영란법을 한두 달 더 검토할 수 있다’고 4월 국회 통과 가능성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법사위원으로서 그 충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법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법사위 위원의 선의가 왜곡될 수 있을 정도로 ’김영란법‘ 통과 여론이 거세 2월 임시국회는 넘기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직접 김영란 전 대법관이 제시한 원안 수준의 ‘김영란법’을 야당에서 발의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영란법’이 담고 있는 부정청탁 부분에서는 오히려 이 위원장의 안이 처벌 수위가 높기도 하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법사위에서 정무위가 의결한 ‘김영란법’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는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KBS와 EBS를 제외한 언론사를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언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김영란법’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표현 출판의 자유”라며 “‘김영란법’으로 인해 언론이 위축될 수 있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었다. 야당이라면 언론 출판의 자유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성토했다.
그는 “법 전문가로서 김영란법에 대한 개인적 판단은 있지만 더 이상 법사위원장으로서 사적 의견은 내놓지 않겠다”면서도 “국회의원과 전 국민이 ‘김영란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뒤따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23일 김영란법 공청회가 열리는 등 더 많은 기회가 마련돼 정무위가 의결한 안이 옳은 것인지 전체 국회의원의 의견을 들을 수 있길 기대한다”며 “1,800만 명에 가까운 국민이 적용되는 법을 합리적 검토 없이 통과시킨다면 후회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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