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하르츠 개혁에 대해서는 13년이 지난 지금도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최근 독일 경제성장의 주된 동력이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런 상반된 평가 속에서도 명백한 사실은 독일 노동시장이 하르츠 개혁을 통해 경직된 고비용 구조에서 유연하고 합리적인 구조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그 결과 2005년 65.5%였던 독일의 고용률은 올해 1·4분기 74.1%까지 상승했고 같은 기간 실업률은 11.2%에서 역대 최저치인 4.8%로 떨어져 완전고용 상태에 근접했다. 전 세계 노사정 대타협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특히 여성·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포함해 임금근로자가 2005년 이후 335만명이 확대되면서 소비가능인구가 증가했다. 60세와 65세의 고용률을 보면 각각 2005년 43.2%, 8.7%에서 2014년 68.8%, 18.2%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에도 기업들의 실적호조가 지속돼 근로자 임금인상으로 연결되고 이는 소비여력이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 것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2003년 3월 노동 관련 개혁법을 핵심으로 연금·의료·세제·교육 등에 대한 개혁 패키지인 '어젠다 2010'을 선언했다. 하르츠 개혁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4단계로 순차적으로 시행됐다. 크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사회복지체계 개편과 단기 일자리(미니잡) 확대를 통한 고용창출 등이 핵심이다. 귄터 슈미트 베를린자유대 명예교수는 "하르츠 개혁을 통해 근로자 재교육과 단기근무 시스템 정착 등 근로환경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바꿈으로써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100만여명의 근로자들이 근로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생산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해 신규고용 시 해고보호조항 적용 없이 기간제 계약이 가능한 사업장을 5인 이하에서 10인 이하로 완화했고 신규 채용자의 수습기간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파견 상한기간 폐지 및 반복적 근로계약 체결 허용 △신규 창업은 최장 4년간 임시직 근로자 사용 가능 △52세 이상에 대해 자유로운 근로계약 체결 가능 등 기간제 및 파견근로 규제도 풀었다. 또 기업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기업 차원의 임금협약 허용 등 산별단체협약 예외규정 적용도 확대됐다.
복지혜택이 많아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터로 보내기 위해 실업급여 지급기간(기존 32개월)을 55세 미만은 12개월, 55세 이상은 18개월로 줄였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근로자의 구직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전제도 붙였다. 월 소득 400유로 이하의 임시직 근로자(미니잡)에 대해서는 사회보장세와 소득세를 면제해줬다.
이를 통해 실업수당에 의존해 힘든 일자리를 기피하는 실업자 수를 줄였다. 당시 독일에서 실업자가 되면 전 직장에서 받은 소득의 67%를 최장 32개월까지 받게 돼 저임금을 받는 젊은 근로자보다 많은 돈을 챙기는 사례가 많았다.
창업을 장려하는 정책도 추진됐다. 창업 시 연 소득 2만5,000유로까지는 3년간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19.9%에서 10.0%로 깎아줬다.
이런 노동시장 개혁 속에서 시간제 일자리 증가로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증가하고 4~5년간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장기 실업자 비율이 높은 점에 대해서는 비판도 나온다. 얀 베르너 포츠담대 교수는 "저임금 근로자와 불안정한 일자리가 예상치 못하게 많이 늘어났다"면서 "노동시장 개혁은 건축이 아니라 정원을 관리하는 일과 같아 다음 세대에서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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