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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중심국가의 요건

새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10대 정책 아젠다가 발표됐다. 모두 중요하겠지만 해외경제를 연구하고 있는 필자가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이라는 아젠다에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동북아 중심국가론은 시의적으로나 실현성에서 대단히 잘 개발된 개념이다. 비록 핵 문제로 한반도에 구름이 끼어 있지만 현정부에서 추진해온 남북교류협력, 경의선 연결 등은 동북아 중심국가론의 기초가 될 것이고 중국의 부상과 발전은 미래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경제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엄밀하게 보면 동북아 중심국가는 최후의 배수진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고투자, 수출주도형 공업화전략에 기초하여 미국 등 세계 전체 시장에 상품을 팔아 성장해 왔지만 지난 수년 동안 대외환경은 급변했다. 아세안과 중국이 우리와 같은 성장전략을 택하면서 세계시장에서 서로 경쟁하게 되었고 교역조건은 악화되었다. 특히 중국의 부상은 위협이다. 미국에 대한 우리의 30대 수출품목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 2.5%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월말 현재 2.3%로 떨어졌다. 대신 동일품목에 대한 중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00년 2.1%에서 지난해 2.8%로 우리보다 더 높아졌다. 일본시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노동집약적 제품뿐만 아니라 가전제품까지 일본시장에서 한국산을 내몰고 있다. 더구나 세계는 블록화의 길로 가고 있다. 올해 EU는 동유럽 10개국과 회원가입을 위한 협정에 서명하고 내년에는 25개 국가의 대형 EU가 출범한다. 서유럽 기업들은 동유럽의 저렴한 생산기지를 활용함으로써 경쟁력은 증가할 것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지난해말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하고 미주전체의 자유무역지대(FTAA)를 창설하기 위해 전력을 경주하고 있다. FTAA의 창설을 위해 미국은 중남미 국가들을 안정시키려 할 것이다. 중남미 국가 기업의 미국진출이 더 용이해질 때 중국에 내몰리고 있는 우리의 처지는 더욱 취약해진다. 결국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는 중국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의 총수출은 6.6%(11월기준) 증가했지만 대미수출은 3.5%에 증가하는데 그쳤고 대일수출은 오히려 9.5%가 감소했다. 대신 중국에 대한 수출이 27.2%가 증가하여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었다. 홍콩과 중국에 대한 우리의 수출은 305억 달러로 대미수출 298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중국 시장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경쟁국인 대만의 대중국 수출은 우리의 수출보다 훨씬 많았고 증가율도 더 높았다. 대만기업의 중국투자가 확대되면 우리는 더욱 불리해질 것이다. 또한 중국이 아세안과 자유무역지대(FTA)를 창설하면서 아세안상품도 몰려올 것이다. 세계의 대기업들은 기술과 자본을 가지고 중국에 진출하여 똬리를 틀 준비를 하고 있다. 새 정부가 지향하는 동북아 중심국가론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이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본, 중국, 대만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적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승리를 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동북아 중심국가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 이다. 동북아 중심국가가 된다는 것은 중국과 적절한 산업분업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자본장치형 제조업에서 중국과 장기적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중국의 성장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과 고부가가치형 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 부품과 중간재 그리고 고부가가치형 소재 공업에 특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동북아중심국가에서는 세계적 기업이 생산, 판매, R&D 등의 활동을 하고 있어야 한다. <박번순(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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