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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시장직접개입으로" FRB 역할달라졌다

통화정책만으론 금융시장 위기 극복하는데 한계<br>공적자금 투입해 부실은행 구제 등 적극적 시장관여<br>은행들 도덕적 해이ㆍ실패땐 더 큰 위기 초래 우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 방향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FRB는 콜금리인 연방기금금리와 은행 대출금리(재할인율) 수단을 통해 금융시장의 통화량을 조절함으로써 경기 팽창과 둔화를 조정해왔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노련하게 시장을 움직였던 것이 바로 금리 수단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의장도 지난해까진 그린스펀의 방식을 채택해왔다. 하지만 올들어 미국 금융시장의 상황이 달라졌다. 개별 금융기관이 파산 위기에 처하고, 특정 금융상품에 마진콜(증거금 확보요청)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FRB는 문제가 되는 영역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마진콜이 들어오는 모기지 시장에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TB)를 풀어 유동성을 공급하고,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파산을 막기 위해 3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JP모건에 매각토록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즉 간접적이고 보편적인 시장 조작에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개입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리 조절이라는 보편적인 수단이 먹혀들지 않을 정도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FRB가 적극적인 시장개입은 ‘버냉키풋’ 효과를 기대하는 금융기업들의 도덕적 해이와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전형적인 관치금융의 비난을 피할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FRB의 시장개입이 실패할 경우 전 세계 금융시장이 더 큰 리스크에 노출되는 우려도 제기된다. FRB는 18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해 올들어서만 세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FRB의 연이은 금리인하는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패닉을 치유하려는 절박한 심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FRB는 통화정책만으로 시장을 되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다. 이에 FRB가 JP모건체이스으로 하여금 베어스턴스를 사도록 하면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FRB가 특정 금융기업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한 것은 1930년대 미국 대공항 이후 처음이다. 1998년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FRB는 직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월가 은행들을 불러모아 공동 구제에 나서게 한 적은 있었다. FRB가 시장에 적극 관여하게 된 또다른 이유는 지금까지의 방식인 금리인하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고, 구체적인 기관 또는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FRB의 시장개입 확대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CNN머니는 FRB가 1931년 처음 설립됐을 당시 금융시장과 달리 현재 금융시스템은 매우 복잡한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투자은행들의 영역이 훨씬 넓어진 것도 이유다. FRB 측은 7개월전만해도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철저한 시장론자로 알려진 버냉키 의장은 서브프라임 부실이 얼굴을 드러내던 지난해 8월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정책적 관심은 인플레이션 억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9일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공조로 시장에서 거래가 끊긴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2,000억 달러를 풀었다. 올들어 상황은 급반전했다. FRB가 지난 16일 상업은행들의 전용이었던 재할인율 창구를 증권회사와 투자은행 등 프라이머리딜러(PD)들에 확대한 것도 직접 개입의 하나다. FRB가 개입쪽에 무게를 둘수록 ‘버냉키풋’ 효과를 바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금융업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난무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버냉키풋은 옵션거래시장에서 미래 가격(풋)을 설정해 수익을 얻는 것을 빗댄 말이다. 뉴욕타임스는 “가장 큰 위험은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금융기관의 낯짝을 더 두껍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FRB가 원칙을 깨면서 시장개입에 나섰는데도 패닉이 가시지 않는다면 FRB는 중앙은행으로서의 신용과 입지는 물론, FRB자체의 자금줄이 경색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NYT는 경고했다. 또 미 재무부와 FRB가 나서 단 12시간안에 속전속결로 베어스턴스의 헐값 매각을 진행한 것은 10년전 LTCM 사태 때 FRB가 투자은행들을 불러 36억달러 구제금융을 조성한 일과 같은 팔비틀기(arm-twisting)식 관치금융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베어스턴스 구제가 일시적 효과를 거뒀을지는 몰라도 1년만에 주당 120달러에서 주당 단돈 2달러만 남은 베어스턴스의 개인투자자들은 정작 남은 게 없단 사실이다. 더글라스 엘멘도프 브루킹연구소 경제연구원은 “FRB는 베어스턴스 이후 추가로 지원할 금융회사들을 감안해 어떤 적절한 방식으로 구제금융을 제공하는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마이클 다다 MKM파트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며 “하지만 시장이 신용경색에서 스스로 회복하기까지 기다리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결론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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