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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5월 9일] 분양가 상한제 부작용 줄이자

제도가 일단 도입되고 나면 해당 제도가 아무리 문제투성이라 하더라도 이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해당 제도의 수혜 대상자가 다수이고 뚜렷할수록 이런 경향은 커진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최근 논란이 된 혁신도시만 보더라도 제도의 비가역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외국도 예외는 아니다. 임대료 상한제는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의 질을 하락시키기 때문에 ‘폭탄보다 더 효과적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수단’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상한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택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비교적 시장 기능을 중시하는 미국도 여러 주에서 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단 제도가 도입되고 나면 정책 수혜자들의 반발 때문에 폐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분양가 상한제는 가격통제 제도라는 점에서 임대료 상한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는 무주택자들로 하여금 신규주택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신규주택의 공급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 선호에 관계없이 획일화된 주택을 양산하고 분양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의 가세로 주택시장이 교란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분양가 상한제의 역사는 비교적 길다. 지난 1977년부터 시작된 분양가 상한제는 경제학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20년간 꿋꿋이 유지돼왔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비로소 폐지됐는데 이 제도가 폐지될 수 있었던 것은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분양가 상한제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분양가 상한제가 지난해 전면 재도입됐다. 민간이 개발한 택지에 짓는 분양주택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제도가 부활할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제도의 재도입에 반대했다. 분양주택의 공급을 감소시켜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반대의 주요 논리였다. 이런 우려는 이미 부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대규모 복합개발 단지에서 분양주택 물량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주택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다보니 이런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민간개발 주택이 전체 신규주택의 약 50%를 차지한다는 데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민간이 개발하는 분양주택의 공급 감소 규모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이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제도의 수혜자인 무주택자들의 반발뿐만 아니라 시장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가격불안정 현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분양가 상한제가 갖고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민간 택지개발 감소에 따른 주택공급 감소이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민간이 개발한 택지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당장 어렵다면 민간이 개발한 택지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해줘야 한다. 민간 개발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신규 분양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선 소비자의 선택의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 값이 싸기는 하지만 주택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을 분양받을 것인지 값이 비싸더라도 주택의 질이 높은 주택을 분양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둘 간의 경쟁에 의해 주택의 질적 수준과 분양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시장은 자연생태계와 비슷하다. 문제가 많은 제도라도 일단 도입되면 시장은 여기에 맞춰 새로운 균형을 찾기 때문에 이를 원상으로 되돌리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른다. 분양가 상한제의 문제점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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