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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필지에 두 가구의 집을 나란히 짓는 '땅콩집(듀플렉스홈)' 건축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땅콩집 여러 채가 모인 단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조성되고 있지만 토지 매입이 여의치 않아 건축 일정 연기 사례가 빈발하고 입주 예정자 부족으로 사업진행이 중단되는 일도 발생했다. 또 적은 비용으로 단독주택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시공할 수 있는 업체가 한정돼 있다 보니 부실시공 우려까지 낳고 있다. 1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소개돼 현재 전국적으로 건축이 완료됐거나 추진 중인 땅콩집은 모두 700여가구다. 국내 땅콩집 건축 붐을 주도하고 있는 광장건축은 올해에만 100가구가 넘는 개별계약을 맺었고 수도권 일대 15곳에서 땅콩밭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땅콩밭은 땅콩집 여러 채가 타운하우스처럼 모여 있는 단지를 말한다. 땅콩밭을 통해 공급될 예정인 물량은 529가구에 달한다. 문제는 땅콩집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부지 매입이나 설계ㆍ시공을 둘러싸고 시행사와 건축주와의 마찰이 늘고 시공 품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광장건축이 경기 고양시 덕운동에 조성할 계획이던 땅콩밭은 토지 소유주와의 가격협상이 결렬되면서 사업이 중단됐고 일산 사리현동이나 광주 퇴촌, 오산 서동 등도 일정이 미뤄졌다. 분양가가 4억~6억원에 달하는 분당 구미동이나 남양주 오남의 경우 일반 아파트처럼 미분양이 발생했다. 남양주 오남에 청약한 한 건축주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수억원을 투자해 집을 짓는데 청약자가 적어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면서 "땅콩집을 짓거나 땅콩밭을 조성하는데 시행사가 신중하게 부지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땅콩집 건축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임영균 광장건축 과장은 "땅콩집에 대한 관심이 워낙 폭발적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없지는 않다"면서 "물량으로 승부하는 것을 지양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땅콩집은 목조주택으로 한달 남짓이면 시공이 끝난다. 하지만 수요가 많은 반면 국내에 땅콩집을 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적어 '붕어빵 찍듯' 짓다 보면 부실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 땅콩집을 지을 수 있는 시공사는 7~8곳 남짓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목조주택을 짓는 한 건축가는 "물량이 늘다 보니 올 하반기부터 시공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업체까지 참여하면서 건축주와 마찰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면서 "개별 땅콩집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십 가구가 들어서는 땅콩밭의 경우 공기를 제대로 못 맞추거나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목조주택의 경우 단열이 가장 중요한데 공기가 짧은데다 동시다발적으로 공사가 이뤄지다 보니 '날림 공사'가 이뤄질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시공업체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건축 후 발생한 하자보수와 관련해 애프터서비스(AS)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광장건축은 설계비에서 5%, 시공사 순수 공사비에서 3%를 기부, 향후 2년간 무상 AS를 한다는 방침이지만 시공사들의 참여율은 미미한 편이다. 한 건축가는 "땅콩집은 3.3㎡당 400만원이 넘던 목조주택 건축비를 350만원으로 낮추고 토지를 공동 매입하는 방식으로 건축비를 줄여 저렴한 비용으로 단독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기 비결"이라면서 "아파트보다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거주하려는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에 인기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단열이나 내구성 등 시공품질을 높이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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