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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영웅들을 위해-김수봉 보험개발원장


얼마 전 언론에 실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이산가족의 '편지임종' 기사를 보면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대전에서 뇌경색 환자인 아내가 메르스 격리병원에 있어 임종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간호사에게 대독을 부탁한 사연이었다. "아내에게 이 편지를 읽어주세요"라는 글로 시작된 기사는 편지를 읽은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을 울렸다. 그리고 더욱 가슴이 아픈 것은 격리로 인해 곧바로 유족들이 장례를 치를 수도 없었다.

검역(quarantine)의 어원은 라틴어 '쿠아드라긴타(quadraginta·40일)' 또는 프랑스어 '카랑텐(quarantaine·40일)'이다. 14세기 이탈리아에서 페스트 환자가 타고 있는 배를 40일간 항구 밖에 격리한 것에서 유래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페스트가 유행해 1348~1359년 사이 유럽 인구의 30%가 희생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엄청난 재앙이 발생했다. 1347년 크림반도의 카파 지역에서 3년간의 몽골군 포위에서 풀려난 제노바 상인들은 페스트에 감염된 선원들과 쥐를 싣고 이탈리아로 항해하면서 여러 항구로 페스트를 전파했다. 이에 따라 외부로부터 페스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사람과 물건을 일정 기간 동안 격리하는 제도가 시행된 것이다.

지금 우리도 메르스라는 질병과 전쟁을 하고 있다. 메리스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자가격리 또는 기관격리를 시키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6월21일 오전 현재, 격리자 수는 4,000여명이다. 최전선의 의사·간호사들이 음압병동과 중환자실에서 격리된 채 밤잠을 못자면서 환자들의 완치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간호사 및 병원 직원들의 가족들은 전염 위험이 있다는 명목으로 왕따를 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판 '주홍글씨' 같다. 그들 역시 소중한 우리 국민인데 말이다.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메르스 환자를 살리려다 감염된 의료진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그 가족들까지 전염병 환자 취급을 받고 고통을 받고 있다. 그들은 이웃의 눈치가 따갑다고 마음 고생을 하는 중이다. 우리는 사명감을 갖고 질병과 싸우면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이를 지원하고 있는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성원해야 하지 않을까. 오직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감염의 공포를 뛰어넘는 용기로 위험 속에서 일하는 분을 응원해야 하지 않는가.

메르스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의료진, 병원 직원 모두가 존중 받고 보호 받아야 하는 우리 국민이다. 리더는 저절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바로 지금, 두려움과 무력감에 빠진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진정한 영웅이 필요하다. 언론도 의료진을 고통 받고 왕따 받는 사람에서 살신성인(殺身成仁)하는 영웅으로 조명해줬으면 좋겠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스타가 아니라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는 소시민이 영웅으로서 존경 받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필자도 뒤에서 이렇게 글로써만 응원하는 것이 못내 부끄럽다. 오늘을 살아가면서 편지임종이라는 슬픈 현장을 지켜보고 있지만 해피엔딩의 결말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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