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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10부. 자본시장 토대부터 다져라 <1> 글로벌IB 육성은 필수

우리투자증권 대형사에 매각… 메가증권사로 키워야<br>국내 5대 IB 평균 자기자본 골드만삭스 30분의 1 불과 안방마저 외국계 IB에 내줘<br>자기자본 늘리고 업무 특화 해외 인력 네트워크 확충을

우리투자증권 싱가포르IB센터의 모습. 글로벌 IB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을 국내 대형 증권사가 가져가 메가증권사가 탄생해야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제공=우리투자증권


"얼마 전 해외에서 약 10조원 규모의 채권발행 주간사 선정을 놓고 국내 증권사와 해외 증권사 간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채권판매가 부진할 경우 이를 증권사가 인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금여력이 부족한 국내 증권사는 발을 뺄 수밖에 없었죠. 결국 자기자본 규모에서 해외 증권사에 밀려 채권발행 주간사에서 배제됐습니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투자은행(IB)담당 고위임원이 전하는 국내 IB의 현주소다. 국내에서도 미국의 골드만삭스처럼 글로벌 대형 IB를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4월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증권사들이 기업들의 신용공여에 나설 수 있게 해 자기자본을 이용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의 IB업무만을 진행해왔던 증권사들에 자기자본을 활용한 기업대출 업무를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 글로벌 IB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IB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자기자본 확충이다.

◇시장 선도하는 메가증권사 등장해야=금융투자업의 특성상 자본력 강화는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바로 자본확충이다. IB자격을 갖춘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등 국내 5개 대형 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 규모는 3조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IB로 꼽히는 골드만삭스의 경우 자기자본이 81조원에 달하며 노무라증권도 35조원에 이른다. 숫자로만 놓고 볼 때 국제무대에서 외국계 글로벌 IB와 경쟁하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대형 5개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글로벌 IB의 3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자본력 면에서 글로벌 IB와 경쟁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최근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을 대형 증권사가 가져가 대형 IB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내 IB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한국 자본시장이 거의 죽어가고 있는데 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큰 증권사가 나와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2위나 3위도 1위를 쫓아가기 위해 규모를 키우려는 노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형 IB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IB시장부터 장악을=국내 IB 전문가들은 한국에도 메가증권사가 나와 해외 글로벌 IB에 빼앗기고 있는 국내 시장부터 찾아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국내 인수합병(M&A)시장만 놓고 봐도 한심한 수준이다. 지난 2012년 말 기준 약 30조원의 M&A시장이 형성됐지만 이 가운데 우리투자증권ㆍ삼성증권ㆍ하나대투증권만이 10위권의 자문사로 들어가 있을 뿐 그외 자문사들은 모두 외국계 증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ING생명 매각주간사로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선정된 것과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의 선두주자인 셀트리온이 JP모건을 선정해 M&A를 추진하는 게 좋은 사례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자본시장마저 외국계 증권사들이 장악한 상황"이라며 "당장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어렵다면 외국계가 가지고 있는 국내 시장부터 찾아오는 게 순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대형사들도 다들 비슷비슷해 특색이 없는데 채권발행시장(DCM)이나 M&A 등으로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게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업계 수위의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의 경우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니 특색 없는 증권사로 전락하고 있다"며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의 적극적인 매각을 통해 메가증권사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전문인력 확충 시급=2010년 전후로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진출에 발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증권을 비롯해 대우증권ㆍ우리투자증권 등이 수천억원의 자금을 들여 글로벌 IB의 메카인 홍콩에 현지법인들을 세웠다. 현재 홍콩에는 국내 14개 증권사가 진출해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증권사는 지난해부터 인원감축과 업무축소 등 해외 현지법인의 역할을 크게 줄여나가고 있다.

진출 초기 외국계 증권사인 맥쿼리에 소속돼 있던 한 관계자는 "한국 증권사들이 호기 좋게 글로벌 IB를 외치면서 외국계 인력을 무분별하게 스카우트해간 것이 화근이었다"며 "신참급 직원들과 퇴물이 된 인력들을 거액의 연봉과 함께 다년간 고용보장을 제시하며 데려갔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한국 증권사로 옮겨간 동료들은 2년간 고액 연봉을 받은 뒤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며 "결국 글로벌 IB시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모르는 데서 비롯된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이뤄지는 글로벌 IB업무의 대부분은 고참급 인력들의 개별적인 네트워크로 형성되는 것이 다반사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대부분이 네트워크로 결정되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연결시켜줄 인맥이 없다면 프로젝트의 존재 자체도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현영 대우증권 IB본부 전무는 "해외 비즈니스의 대부분은 인맥을 통해 형성된다"며 "글로벌 IB로 나가기 위해서는 해외 현지 문화와 융화돼 있는 고참급 전문인력 수급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무는 "국내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규모가 글로벌 업체 대비 영세하다면 자본력이 필요하지 않는 부분에서 경쟁력을 도모해야 한다"며 "우수한 인재 유치가 바로 글로벌 IB로 이어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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