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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뢰진 고희 기념전] 30일까지 경인여대서

「쪼쪼쪼」란 조각가 전뢰진과 그의 제자들 사이에 통하는 은어이다. 돌을 일일이 쪼는 것을 말하는데 기계 공구류의 사용을 꺼렸던 전뢰진의 심성을 잘 얘기해 준다.휴머니즘을 바탕으로 40여년간 돌을 다듬어 온 전뢰진 예술원 회원(홍익대 명예교수)의 고희기념전이 경인여대 실내 전시장(032~540-0114)에서 지난 23일 오픈해 30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사실 지난해에 고희를 맞았지만 경인여대의 상징물인 「낙원의 가족」을 2년에 걸쳐 만들어내느라 시기를 놓쳤다. 경인여대측에서는 이것을 인연으로 전뢰진과 그의 제자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뒤늦게 고희기념전을 마련했다. 김경옥, 유영교, 고정수, 강관욱, 한기섭 등 현재 우리 조각계를 리드하고 있는 쟁쟁한 작가들이 제자로서 고희전을 축하하는 작품을 출품했다. 윤효중 선생에게 배움을 얻은 전뢰진은 굳이 말하자면 한국 현대 조각 2세대 쯤에 속한다. 익산 등 전국의 유명 돌 산지를 돌아디니면서 얻은 분홍색조와 비취색의 대리석. 작가가 쪼아낸 돌에는 매끄러움 보다는 우둘투둘한 투박함이 담겨 있다. 그는 모자상등 인정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돌이 어느날 느닷없이 살아 숨쉬는듯한 생명력을 얻어내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손때와 함께 이마나 팔뚝에서 떨어지는 땀을 자양분으로 삼지 않으면 어려운 일인데, 무엇보다 정(情)이 이입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비단 돌을 쪼는 것 뿐 아니라 돌덩어리에 빈 공간을 만드는 투각이라는 기법을 통해 부드러운 에너지를 불어넣었고, 손가락을 툭 치면 흔들거리는 움직이는 조각, 또는 다면 조각등 다양한 실험을 거듭했다. 전뢰진의 이력을 보면 예술원상, 대한민국 화관문화상등 외에도 석탑 산업훈장등의 이색적인 수상기록도 나오는데, 그가 국제기능올림픽 석공예 분야에 참가한 기능공들을 키워낸 공이다.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소리를 죽여가며 손으로 직접 돌을 쪼아냈던 전뢰진은 산업화의 와중에 기능을 익히려는 소박한 청년들에게도 가르침을 보였던 것이다. 작가의 모자상이 자리잡은 부산 태종대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작품이 설치된 이후 자살자가 없어졌다는 얘기가 지금도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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