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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은 같았으나 처방은 달랐다.” 17대 대통령 선거의 양대 주자로 꼽히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8일 대선 본선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금융산업정책을 놓고 격돌을 벌였다. 두 후보는 이날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인포럼의 초청 강연자로 참석,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투자환경 개선과 금융강국 도약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금융ㆍ산업자본 분리문제 등 구체적인 해법을 놓고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정 후보는 “불과 10년 전 재벌들이 종금사를 소유해 사금고화함으로써 외환위기의 발단이 됐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금산분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금융 강국이 되려면 견제와 균형의 건강한 경쟁질서가 있어야 한다”며 “영국과 미국은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이어 “저는 정통 시장경제론자”라며 “공정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후보는 유럽연합(EU)을 예로 들며 “은행의 대주주가 되면 산업자본 역시 은행에 준하는 회계감사를 받는 엄격한 감독 대상이 된다”며 “산업자본의 (금융분야)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필요가 없고 감독을 철저히 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금산분리 폐지를 주장했다. 이 후보는 특히 “정부기능이 상실된 국책은행은 민영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그 재원으로 유망 중소기업의 투자와 미래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산업 육성방안과 관련해 영미식 투자은행과 EU식의 전대(on-lending)방식을 좋은 사례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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