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인 포로셴코 후보는 현지 3개 연구기관 및 4개 방송사가 25일(현지시간) 대선 종료 후 각각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55.9%와 57.3%의 표를 얻어 12%대에 그친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를 크게 앞질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다음달 4일 발표할 공식 개표 결과에서 이 같은 득표수준이 유지되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포로셴코 후보에게 축전을 보내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친서방 성향의 기업가인 포로셴코는 서방과 러시아의 틈바구니에서 내란과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를 구원해야 할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됐다. 그는 출구조사 발표 후 우크라이나의 '유럽화'를 천명하는 동시에 거센 분리 움직임을 보이는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지역을 끌어안겠다고 다짐했다. 취임 후 첫 방문지는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이 될 예정이다.
포로셴코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사업상 러시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과거 친러 성향의 정부에서 경제각료로 재임한 바 있어 러시아 정부에서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 지도부를 쇄신하기 위한 총선도 올해 안에 치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포로셴코의 앞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동부 주민들 대다수는 투표에 불참한데다 선거 결과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네츠크주(유권자 330만명)와 루간스크주(180만명) 등지에서는 친러 세력의 방해와 주민들의 불참으로 투표 참여율은 10~20%로 저조했다. 25일 동부지역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명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포로셴코는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가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대선 결과를 존중하겠다던 푸틴은 막상 대선이 끝나자 아무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세르게이 네베로프 러시아 하원 부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정부의) 탱크와 대포가 시민들을 쓰러뜨리고 3분의1에 달하는 (동부) 유권자가 총구 앞에서 투표를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선거의 적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포로셴코의 국정쇄신 능력을 의심하는 국내의 비판도 많다. 그가 정치권 부패로 악명 높은 우크라이나의 기성 정치인인데다 신흥재벌(올리가르히)에 대한 국민의 반감도 크기 때문이다. 포로셴코는 1990년대 초콜릿 제조사 '로셴'을 동유럽 최대 제과업체로 키우면서 유명세를 탄 뒤 자동차·조선·미디어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그의 재산은 13억달러로 우크라이나 7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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