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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IT산업에 '누룩'을 넣어라

“강군, 1년 기한을 줄 테니 한번 해봐라. 하다가 안되면 정리해도 좋고.” 강진구 전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73년 9월 삼성전자 사장에 임명된 후 독대했던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말을 생생히 기억한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한 핵심비결을 강 회장은 뜻밖에도 ‘외길경영’이 아닌 ‘복합화’, 즉 문어발 경영에서 찾았다. “처음부터 다각화에 힘썼다. 가전이 완전히 정착한 후 다각화를 시도한 게 아니라 그런 여건이 갖춰지기 전에 통신이나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이 사업 저 사업에서 적자도 나고 때론 동시에 적자가 났다. 하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다각화를 밀어붙였고 그게 오늘의 삼성전자가 됐다.” 국내 유선통신시장의 1위 기업 KT는 지난 5년간 매출액 ‘11조원대의 벽’에서 맴돌고 있다. 무선 분야 1위 SK텔레콤은 성장세가 완전히 꺾였고 나머지 업체들은 적자를 내거나 가까스로 이익을 내고 있다. 영화제작업체나 음반회사 인수, 인터넷TV(IPTV) 등으로 복합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방송업계 등의 반발로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오죽하면 KT는 지분 51%를 인수했던 싸이더스FNH에 대해 “인수가 아닌 출자”라고 해명할 정도다. 디지털 첨단기술의 발달은 모든 영역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컨버전스(융합) 시대를 강제하고 있다.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그 흐름에 올라타야 맞다. 그간 터부시됐던 기업들의 문어발 경영에 대한 관점을 국가차원에서 새롭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고 세계 IT시장의 최선봉에 서 있는 국내 통신업체에 대한 정책에도 이를 반영해야 할 시점이 됐다. 제조업 위주였던 미국 GE가 금융 및 보험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절반을 넘는 복합기업으로 변신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계에서 깐깐하기로 유명한 공정경쟁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에서 나온 결과다. 누룩은 적은 양으로도 밀가루 반죽을 몇 배로 부풀린다. KTㆍSK텔레콤 등 통신회사들에 지금 그런 ‘누룩’이 절실하다는 게 곁에서 지켜본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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