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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가 미래 먹거리다] <5> 좌담 - 강국 되려면

콘텐츠질높이고 투자 확대… 정부 전략산업 육성 서둘러야<br>영화·음악·게임 협업… 원작 콘텐츠 R&D 지원 필요


박춘홍(왼쪽부터) 기업은행 부행장, 이재희 올리브스튜디오 대표, 박병우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 김영걸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교수가 29일 서울 충무로 서울경제신문 본사 회의실에서 문화콘텐츠 선진화를 주제로 좌담회를 하고 있다.

금융권 단기 성과보다 장기 관점서 접근
전문 컨설턴트 활성화·경영 지원도 병행

예술가 창의성 인정하는 환경 조성하고
문화산업 가치평가 시스템·DB화 시급


"은행은 문화콘텐츠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인정해줘야 되고 문화업계도 기획력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제대로 갖춰 투자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정부의 정책방향도 이제는 단순히 자금만 지원하기보다는 콘텐츠 향상과 산업육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고요."

문화콘텐츠 산업의 각계 인사들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금융권과 정부, 업계의 자체적인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권은 단기실적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집행해야 하고 정부와 관련 업계는 기획력ㆍ콘텐츠 질 향상과 산업 데이터베이스 마련에 더 신경을 써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것. 또 분야별로 뿔뿔이 흩어진 문화콘텐츠 산업 영역 간 교류ㆍ협력을 더 강화하고 원작 콘텐츠 개발도 연구개발(R&D) 과제로 분류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서울경제신문은 29일 서울 충무로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문화콘텐츠 관련 민관 담당자들과 금융권 인사, 학계 인사 등을 초청해 '문화콘텐츠 선진국이 되려면'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는 김영걸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최근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육성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기업은행의 박춘홍 부행장, 코코몽이라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유명한 올리브스튜디오의 이재희 대표, 박병우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이 참석해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나눴다.

◇인식 바꿔 제1금융권 투자 이끌어야

▲김영걸 교수(사회)=아무래도 문화콘텐츠 업계의 문제는 현장에서 가장 잘 알 것 같다. 업계에서는 어떤 어려움을 크게 느끼고 있나.

▲이재희 대표=최근 국내 캐릭터 콘텐츠가 굉장히 좋아졌으나 이를 사업으로 연계하는 과정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일본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한류 콘텐츠조차 비즈니스와의 연결고리가 취약한 편이다. 대부분 단발성 기획이 많아서 그렇다. 미국과 일본처럼 장기산업으로 보고 콘텐츠 하나를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

▲김 교수=자금확보 문제로 인한 어려움도 많다고 들었다.

▲박춘홍 부행장=작은 기업일수록 하나의 콘텐츠가 크게 성공해도 투자 지분대로 수익을 나누고 나면 다음 콘텐츠에 대한 재투자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은행 입장에서도 그동안 제조업과 달리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콘텐츠는 가치를 평가할 방법이 없어 투자를 쉽게 못했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에서도 최근 가치평가모델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화산업의 경우 고용창출 면에서 제조업의 한계를 메울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은행 지점에서도 아직 관련 산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김 교수=미국 JP모건의 경우처럼 우리나라도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사금융이나 사채업자에 의지하지 않고 리스크를 관리해주면서 저리에 대출해주는 제1금융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박 부행장=은행 지점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업계에서도 금융권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은행들이 금융지원을 하면 업계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본다.

▲김 교수=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금융권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에 관심을 갖는 시도 자체는 적극 지지한다. 투자자 가운데는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가 고위험 고수익이 아니라 고위험 무수익이 될 수 있다며 투자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최근 영화산업의 수익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다 보니 투자가 더 어려워졌다. 문화계에 투자에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매우 부족한 것도 문제다.

▲박병우 과장=그동안 정부와 사회 모두 콘텐츠ㆍ플랫폼ㆍ네트워크ㆍ단말기(CPND) 가운데 콘텐츠를 가장 부수적이고 열등한 것으로 대우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초고속통신망ㆍ스마트폰 등이 보급되면서 불법 다운로드 시장이 지나치게 커졌다. 영화의 경우 과거 비디오 시장에서 거두던 수익이 다 사라졌다. 극장 수익이 늘어도 비디오 등 부가수익이 급감하다 보니 전체 시장은 비슷한 상황이다. 유통사에 종속된 음원 콘텐츠 시장도 마찬가지다. 산업구조부터 바꿔야 제1금융권에서도 투자를 할 수 있다.

▲김 교수=불법 다운로드에 관한 정책이나 제도가 더 강화돼야 한다. 마이너스 수익이 나면 투자가 줄어들고 다시 수익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만 빚어진다. 그나마 최근 파일공유(P2P) 서비스를 규제하고 인터넷TV(IPTV)가 확산되면서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는 유료 부가수익이 늘기는 했다.

▲박 부행장=문화콘텐츠 관련 투자자금을 모아도 "자금회수도 못하는 그냥 퍼주기식 투자가 아니냐"는 비판이 여전히 나온다. 당장 이익을 못 내더라도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생각해 장기적으로 보는 사회적인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자금보다 경영ㆍ기획 지원이 우선

▲김 교수=몇 년 전 미국의 한 대형 영화제작사 관계자를 만났는데 "재능이 뛰어난 한국 콘텐츠 업체들에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 후 자금사용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지 않아 망설여진다"는 얘기를 하더라. 최근 대기업들이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면서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그들로 인해 경영투명성은 상당 부분 개선됐다. 그러나 업계 전체적으로 볼 때는 여전히 성숙도가 낮은 편이다.

▲박 부행장=기업은행도 자금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 컨설턴트를 문화기업에 무료로 보내고 있다. 문화산업 육성은 자금지원뿐 아니라 경영 전반까지 아울러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박 과장=자본력이 약한 중소 제작사와 유통 대기업 간 협업이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한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경우도 아직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사가 도우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콘텐츠 기업에 대해 은행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여전히 예술가, 기술자적 마인드만 고집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업계도 미국 할리우드처럼 더 전략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자금만 지원할 게 아니라 기획 관련 인력을 양성하고 콘텐츠 성장 가능성까지 함께 봐줬으면 좋겠다.

▲김 교수=말씀 잘하셨다. 4년 전 경영대학원장 시절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찾아가 관련 업무를 함께 해보자고 했으나 "진흥원은 제작비를 지원하는 기관일 뿐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ㆍ개발하는 업무와는 무관하다"는 답변을 받아 아쉬웠던 적이 있었다. 문화 쪽은 항상 수익을 찾아 단발성으로만 투자자들이 모일 뿐 다른 산업과 달리 실패해도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하지 않는다. 영화사 가운데 제대로 된 데이터를 갖춘 곳이 없을 정도다. 후원하고 싶어도 어려운 이유다.

▲이 대표=할리우드는 영화를 철저히 산업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제작사들도 배워야 한다. 산업으로서 충분히 검증되면 금융권에서도 적극 지원해줄 것으로 믿는다.

◇장르 간 협업 유도, 원작 콘텐츠 지원해야

▲김 교수=최근 국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면 정말 잘 만들었는데 해외 쪽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우리만의 정서로 제작된 사례를 종종 본다. 보면서도 "저러면 수출하기 어려울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일부 예술지향적 제작자도 분명 필요하지만 수백억씩 투자되는 영화는 제작자가 자기 만들고 싶은 대로만 만들면 안 된다. 할리우드에서는 아무리 유명한 감독이라도 비즈니스 성과를 감안해 시스템적으로 감독 권한에 대해 곳곳에서 제동을 건다. 그나마 6개월~1년가량 베타테스트를 거치는 게임 업계는 산업 본질에 꽤 충실한 것 같다.

▲박 과장=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콘텐츠도 장르별로 특색이 있는데 영화나 드라마는 우리의 사회ㆍ문화적 요소를 많이 담을 수밖에 없어 해외에서 이질감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장르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과는 좀 다르다. 비즈니스적인 시각과 예술가적 시각은 실제 현장에서도 자주 충돌하는 문제다. 대기업이 추구하는 경제적 효율성, 비즈니스 마인드도 도입해야 하지만 한쪽에서는 예술가적 창의성도 북돋워줘야 한다. 미국의 경우도 할리우드를 지탱하는 것은 탄탄한 B급ㆍ저예산 독립영화 시장이다. 이들도 나름 유통망을 갖추면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정책적으로 주류 상업영화뿐 아니라 예술ㆍ독립영화도 함께 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중음악에서 싸이의 성공을 봐도 결국 창의성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김 교수=장르 간 협업이 잘 안 되는 것도 문제다. 형식적으로 조직을 합친 일부 콘텐츠 대기업의 경우만 해도 현실적으로는 전부 따로따로 일을 한다고 한다. 영화ㆍ음악ㆍ게임 등 모든 장르가 디지털화되는 상황에서 지식ㆍ노하우가 서로 공유돼야 하는데 안타깝다. 분야별로 영역에 선을 확실히 긋는다는 점에서 문화콘텐츠 업계가 은근히 보수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박 부행장=문화 쪽도 R&D라는 개념을 도입했으면 좋겠다. 방송ㆍ드라마ㆍ영화 등의 원작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도 R&D로 보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박 과장=정말 맞는 말씀이다. 정부에서도 원작 콘텐츠 쪽은 직접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레미제라블, 해리포터 시리즈 등 요즘 크게 흥행한 해외 영화들도 전부 원작이 탄탄해서 성공한 것 아닌가. 할리우드는 이야기 소재를 찾아 전세계를 떠돈다고 한다. 아바타ㆍ쿵푸팬더 등도 사실 동양적인 콘텐츠다. 정부가 잘 못하면 질책도 해주기를 바란다.

▲김 교수=스토리텔링도 결국 사람의 창의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중에 산업이 잘 되려면 지금 젊은 인재들이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 지금 학생들은 주로 미국 등 일부 국가만 가는데 아프리카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인턴십도 지원됐으면 좋겠다.

▲박 과장=좋은 아이디어다. 비슷한 사업을 현재 기업들과 소규모로 하고는 있는데 계속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해외 트렌드도 감안해야

▲이 대표=최근 애니메이션 코코몽을 앞세워 중국 진출을 추진했다가 중국은 법적으로 해외 애니메이션을 방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중국에서 50% 이상 제작해야 비로소 방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것도 주요 시간이 아니다. 드라마는 방영권을 팔면 되는데 애니메이션은 그것도 안 되더라. 외국 애니메이션 회사의 기술력만 가져가겠다는 의도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이 많은데 상당히 어려워하고 있다.

▲박 과장=중국에서 애니메이션 규제가 강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어린이에게 외국 콘텐츠를 쉽게 노출하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우리도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우리 콘텐츠로 착각하고 자라지 않았나. 다만 공동제작의 길은 열어주고 있으므로 정부에서도 올 상반기 내에 중국과 공동제작 협정을 추진할 예정이니 기대해달라.

▲이 대표=20년 전에는 한국 애니메이터가 각광을 받았는데 지금은 인건비 때문에 중국ㆍ동남아시아 쪽으로 일이 많이 넘어가고 있다. 한국은 과거 하청을 받는 입장이었다가 이제는 하청을 주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정부에서는 그런 상황을 감안해 기술투자뿐 아닌 창의적 콘텐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김 교수=자칫 잘못하면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ㆍ동남아시아 사이에 끼인 애매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박 과장=제1금융권 등과 매칭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지원정책은 긴 호흡으로 생각해야 한다.

▲박 부행장=지금은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나중에는 은행에도 콘텐츠 산업 투자가 새 수익원이 될 것이다.

▲박 과장=문화부도 새 정부 들어 다른 정부부처들과 소통을 잘해야 할 것 같다. 계속 노력하면 5년 뒤에는 문화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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