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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태광 수사 "용두사미"

■ 남기춘 지검장 돌연 사의<br>임원 영장 두번 기각 겹쳐 동력 약화 불가피<br>檢, 한화 관련자 14명 내일 불구속 기소키로

한화 및 태광 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한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28일 돌연 사의를 표명해 두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 전ㆍ현직 임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최근 두 번이나 기각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던 검찰 수사의 동력이 이번 남 지검장의 사표로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남 지검장은 이날 법정스님의 저서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제목을 인용해 검찰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사의를 표명했다. 남 지검장은 온라인 망에 올린 글에서 "이제 저에게도 때가 왔다고 판단해 정든 고향, 검찰을 떠나려 합니다"라고 운을 뗀 뒤 "몸은 떠나더라도 검찰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기도 많이 하겠습니다"라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의 사의 표명은 검찰 내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발표된 검찰수뇌부 인사를 앞두고 강압수사 논란이 불거졌던 남 지검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기는 했지만 대형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해당 지검장을 교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 지검장이 검찰 내에서 대표적인 '강골 검사'로 불리며 지난 2003년 대선 수사 당시 중수부 과장을 맡아 큰 성과를 올린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한화∙태광 그룹 수사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재계에서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벌인 '오기(傲氣)수사' '별건(別件)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서부지검은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여간 진행된 한화그룹과 태광그룹 수사에서 2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300여명의 전ㆍ현직 임직원을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도 각각 세 차례씩 소환했다. 수사는 초기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통한 정ㆍ관계 로비 의혹에서 출발했지만 기업수사 단골메뉴인 횡령•배임으로 방향이 전환됐다. 특히 검찰이 한화∙태광 수사와 관련해 10여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 회장의 구속영장 단 1건만을 발부하자 강압수사라는 비판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법조계에서는 지나치게 구속 수사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불구속 수사 지침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남 지검장이 낙마함에 따라 한화∙태광 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는 마지막 난관을 뚫지 못한 채 표류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편 검찰은 일단 김 회장 등 한화그룹 관련자 14명을 30일 일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사실상 종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 대상에는 김 회장 외에 홍동옥 전 채무책임자(CFO), 김현중 ㈜한화건설 대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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