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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달러에 대비하라] <4> 달러貨 국제통화 맹주자리 흔들

'복수 기축통화' 시대 온다<br>차세대 국제통화 선두주자로 유로貨 급부상…엔·위안貨도 맹추격<br>"달러화 급격한 몰락은 없어 당장 대체는 힘들것" 분석



삼성그룹의 유럽 지역 연간 매출액이 올해 3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북미를 제치고 그룹의 최대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절대우위 구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음을 이처럼 우리 기업들의 실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로화가 장기간 국제통화의 맹주자리를 지탱해온 ‘미국 달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가령 ‘2019년 유로화가 달러화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는 멘지 친 위스콘신대 교수의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선임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친 교수는 지난해 7월 제프리 프렝클 하버드 대학 교수와 함께 기축통화 변화 전망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미 달러화가 2001~2004년 수준의 절하속도를 지속하고 영국ㆍ스웨덴ㆍ덴마크를 포함한 15개국이 유럽통화연맹(EMU)에 가입할 경우 유로화가 달러화를 추월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이다. 이처럼 자세한 내용은 아니지만 십여년 전부터 경제학자들은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달러화 ‘기축통화 기능’ 언제까지?=사실 달러화의 가치하락은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진행돼왔지만 최근 들어 그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는 느낌이다. 변재영 한국은행 국제기획팀장은 “지난해에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글로벌 달러약세 현상이 있었지만 올해에는 미국 자체의 경기가 둔화된데다 일본과 유럽연합 등이 금리를 올릴 예정이어서 약(弱)달러 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의 위상이 주변국들의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화 비관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경상수지 적자 GDP 6%)와 재정적자(대외부채 GDP 22%)는 좀체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이 때문인지 달러화를 기피하는 외국 투자가들의 행보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외국 중앙은행들의 미국 재무성증권의 보유규모는 수십억달러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2004년 2,950억달러, 2003년 1,750억달러가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외면당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압력’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최근에는 그 강도가 시들해지고 있다. 설사 중국이 위안화를 대폭 절상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진병화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위안화가 20% 이상 절상된다고 해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달러 정도만 줄어드는 효과밖에 없다”며 “미국의 소비가 지속되는 한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전될 뿐이며 전반적인 경제정책이 바뀌지 않고 환율만으로 현 상태를 치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꿈틀거리는 유로 등 기타 통화들=그렇다면 미 달러화에 바통을 누가 이어 받을까. 차세대 주자로 유로화가 가장 먼저 앞서 있는 가운데 엔화ㆍ위안화 등 다른 아시아 통화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한ㆍ중ㆍ일 3국이 연구 중인 아시아 공동통화도 무시 못할 변수다. 다만 유로의 경우 ‘안정과 성장협약’의 효력이 거의 마비돼 있는 등 경제적으로 약점을 안고 있다. 엔화는 상대적으로 작은 경제규모와 이민에 대한 저항 등의 문제를, 위안화는 자본시장의 미성숙과 재산권이 확립돼 있지 않은 점이 단점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외환 시장에서 달러화 거래량은 유로화의 2배가 넘는 등 가치저장뿐만 아니라 거래수단으로서도 달러화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달러화가 어느 한순간 몰락하기보다는 서서히 복수의 기축통화 시대로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사정 때문이다. 달러화가 영국의 파운드화를 대체하는 데 수십년이 걸렸듯 당장 달러화를 대체할 만한 통화가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아이첸그린 UC 버클리대학 교수는 “미 달러화가 한동안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다른 통화들이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신뢰성을 얻게 될 경우 기축통화 경쟁은 더이상 승자가 독식하는 게임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쌓아놓은 네트워크로 달러화가 몰락하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쇠퇴하며 다른 통화들이 이를 대체할 것이라는 상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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