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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권혁세 금감원장의 첫 단추
입력2011-04-04 17:58:11
수정
2011.04.04 17:58:11
"영업도 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사석에서 만난 KB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본격적인 검사를 앞두고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매년 받게 되는 종합검사이지만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영업을 하나도 못했던 터라 올해는 영업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영향을 입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올해는 KB가 과당경쟁의 주범(?)으로 찍혀 있어 그 부담은 배라고 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계속해서 KB를 포함한 은행권에 강공책을 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4일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규모가 올해 들어 2개월 만에 1조원이 늘어나는 등 과당경쟁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에는 "4대 은행의 과당경쟁에 대해서는 종합검사와는 별도로 수시검사에 나서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물론 은행권의 무분별한 과당경쟁은 금감원이 적극 나서서 막아야 할 부분이다. 권 원장이 "그동안 금융회사의 돈벌이 욕심에 금감원이 너무 온정적이었다"고 말한 것은 일리가 있다. 김종창 전 금감원장이 강조한 '시장 친화적 감독'이 물렁물렁한 금감원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일부에서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다. 금감원의 작은 기침에도 금융사는 백가지 수를 생각하게 된다. 법규적용과 시행에 있어서는 한치의 빈틈도 없어야겠지만 표현이나 전달방식은 보다 세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해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금감원이 검사의 종결자'가 되겠다는 금감원장의 말은 금융사 위에 감독당국의 군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강력한 '경고장' 없이는 은행들이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감독을 담당한 금감원이 스스로 무능력함을 고백하는 꼴이 아닌가.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당국은 그냥 있기만 해도 업계에 존재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검사 때 해당 금융사가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지를 두고 업체와 머리를 싸매고 논의한다는 영국 금융당국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한층 세련된 금감원의 일처리 방식을 기대한다. 7일부터 시작되는 국민은행 본 검사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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