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중소기업, 전라북도.
김한(사진) 전북은행장이 그리고 있는 전북은행의 모습은 이 세 단어로 요약된다. 행장 연임이 확정된 직후인 10일 가진 서울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김 행장은 "전북은행은 이미 서민ㆍ중소기업 특화은행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연신 강조했다.
그는 "전북은행이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는 없다. 시중은행의 고객인 우량신용등급자ㆍ대기업은 우리 타깃이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신용등급 4~6등급 고객이 바로 전북은행의 고객"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의 이 같은 구상은 지난해 한 해 은행이 겪은 성장통이 배경이다. 전북은행은 지난해 금융계를 강타한 웅진그룹 사태에서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유탄을 맞았다. 대손충당금만 130억원을 쌓았고 그 결과 4ㆍ4분기 순익은 전년동기에 비해 66% 급감한 30억원에 불과했다.
김 행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규모가 큰 여신을 취급하지 않는다. 장기전략으로 이미 마련돼 있다. 문제가 됐던 웅진의 경우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고 환입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정대로라면 전북은행은 6월7일 지주사로 전환한다. 계열사가 우리캐피탈 하나뿐인데 지주사가 왜 필요한가라는 반문이 나온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은 은행-캐피털 간 시너지를 높이는 것 외에 자본우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 행장은 "전북은행의 주가가 굉장히 낮은데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 자본적정성 우려였는데 이 부분은 거의 다 해소됐고 지주사로 전환하면 급박하게 자본을 늘려야 할 필요성도 사라진다"고 밝혔다.
그는 "포맷이 달라졌다고 콘텐츠가 바뀔 수는 없다. 서민ㆍ중소기업 특화은행을 추구하되 지방은행으로서의 지역밀착경영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서울과 대전 등 전라북도 출신자들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JB금융지주(가칭)는 은행과 캐피털의 비중을 7대3 정도로 맞춰나갈 계획"이라며 "전북은행과 우리캐피탈 모두 서민과 중소기업 등 중간계층에 특화된 곳이라 시너지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여운을 남겼다.
김 행장은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지만 좋은 매물이 나타난다면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M&A를 하더라도 서민ㆍ중소기업 특화모델에 걸맞은 것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